울산 현대가 사상 첫 FA컵 우승의 금자탑을 쌓았다.
울산은 3일 울산월드컵경기장에서 가진 부산과의 2017년 KEB하나은행 FA컵 결승 2차전에서 0대0으로 비겼다. 1차전에서 부산에 2대1로 이겼던 울산은 종합전적 1승1무로 우승을 확정 지으며 3억원의 우승 상금을 거머쥐었다. 1996년 FA컵 시행 이래 준우승(1998년)이 최고 성적이었던 울산은 21년 만에 처음으로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는 감격을 맛봤다. 또한 FA컵 우승팀에게 주어지는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본선 직행 티켓을 따내면서 2년 연속 ACL행에 성공했다. 반면, 하부리그 팀 최초이자 2004년 이후 13년 만에 FA컵 제패를 노렸던 부산은 1차전 패배의 벽을 넘지 못하면서 결국 눈물을 뿌렸다. 지난 10월 10일 급성 심근경색으로 세상을 떠난 故 조진호 감독의 영전에 우승 트로피를 바치겠다는 목표도 이루지 못했다.
이날 두 골차 이상으로 이겨야 역전 우승이 가능했던 부산은 초반부터 공격적으로 경기를 운영했다. 전반 8분 박준태가 아크 오른쪽에서 날린 절묘한 왼발슛을 울산 골키퍼 김용대가 가까스로 걷어내는 초반부터 분위기를 끌어 올렸다.
전반 중반에 접어들며 전열을 재정비한 울산은 역습으로 부산의 빈틈을 노렸다. 이종호 오르샤가 수비 뒷공간으로 넘어오는 패스를 골문으로 가져가면서 찬스가 나오기 시작했다. 전반 22분에는 이영재가 아크 정면에서 밀어준 패스를 이종호가 문전 오른쪽에서 강력한 오른발슛으로 연결했으나 골키퍼 품에 안기면서 아쉬움을 삼켰다.
전반 종료 직전 부산이 결정적인 찬스를 맞았다. 박준태가 울산 진영 페널티에어리어 바깥 왼쪽에서 낮게 올린 왼발 크로스를 호물로가 페널티박스 정면에서 가랑이 사이로 흘렸고, 울산 수비수가 미처 걷어내지 못한 볼이 쇄도하던 이재권의 오른발에 걸렸지만 슛은 오른쪽 골포스트를 맞고 튀어 나갔다.
김도훈 울산 감독은 후반 6분 이종호 대신 김인성을 내보내면서 승부수를 던졌다. 울산은 후반 7분 오르샤가 페널티박스 왼쪽에서 부산 골키퍼 김형근과 1대1 상황에서 반대편 골포스트를 바라보며 오른발 감아차기슛을 시도했으나 손끝에 걸리면서 선제골 획득에 실패했다. 이승엽 부산 감독대행은 후반 12분과 18분 각각 박준태 고경민 대신 이동준, 레오를 투입하며 변화를 택했다.
부산은 후반 25분 호물로가 울산 진영 왼쪽에서 올린 코너킥이 모라이스의 머리를 거쳐 울산 수비수 다리에 맞고 굴절되며 행운의 득점으로 연결되는 듯 했으나 김용대의 선방에 걸려 수포로 돌아갔다.
부산은 후반 막판 총공세에 나섰으나 이미 승부는 울산 쪽으로 기운 뒤였다. 김 감독은 후반 막판 교체 카드를 활용하면서 굳히기를 시도했고, 결국 무승부로 경기를 마무리 하면서 우승의 감격을 맛봤다.
울산=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