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춥긴 해도 이렇게 나오니까 좋긴 하네요."
이번 스토브리그에서 KIA 타이거즈 '뉴 캡틴' 김주찬의 거취를 걱정하는 팬들이 많다. FA 신분이 된 지 한 달 가까이 돼 가는데도 아직 재계약 소식이 들려오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하나의 상징적인 모습 때문에 이런 걱정은 더 이상 하지 않아도 될 듯 하다. 재계약에 아직 사인하지는 않았음에도 KIA 김기태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나 프런트, 그리고 동료 선수들도 모두 김주찬을 '내 식구'라고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끈끈한 유대감은 뜻밖에도 야구장이 아닌 골프장에서 유감없이 드러났다.
스포츠조선과 KBO(한국야구위원회)가 공동주최하고, 우승팀 KIA 타이거즈가 후원하는 제36회 야구인골프대회가 열린 4일 남양주 해비치CC. 찬 바람을 뚫고, 이른 아침부터 참가자들이 속속 모여들었다. 감독들과 코칭스태프, 선수들, 야구관계자 등이 저마다 삼삼오오 짝을 맞춰 라운딩에 나섰다.
그 중에서 유일하게 선수들로만 이뤄진 그룹이 딱 하나 있었다. 바로 KIA 베테랑들이 의기투합한 '베테랑 선수조'였다. 현역 최고령 투수 임창용을 필두로 지난해까지 3년 연속 팀의 주장을 역임한 '구 캡틴' 이범호, 그리고 올 시즌 다소 부진했지만, 백업 역할을 해준 외야수 신종길. 여기에 올해 주장의 고된 일을 맡아 팀의 우승을 이끈 '뉴 캡틴' 김주찬이 모처럼 골프 장비로 무장한 채 필드에 나선 것.
시즌 중에는 야구에 집중하느라 이렇게 홀가분하게 골프장에 나가기 어렵다. 아주 가끔 홈에서 짬이 날 경우 기분 전환 차원에서 골프채를 잡는 정도다. 그런데 보통 때는 김주찬이 참여하는 경우가 드물다고 한다. 김주찬은 "다른 사람들보다 내가 잘 못 친다고 생각해서 알아서 빠지곤 했다"면서 "그래도 오늘처럼 한국시리즈 우승 기념으로 열린 대회에는 빠질 수 없었다. 날씨는 비록 춥지만 모처럼 마음 편하게 공을 치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의 조합은 매우 유쾌했다. 홀을 도는 내내 가벼운 농담을 주고 받으며 웃음꽃을 피워냈다. 서로의 샷을 칭찬하기도 하고, 약올리기도 하면서 마치 형제 같은 끈끈함을 과시했다. 김주찬이 아직 미계약 FA 신분이라는 건 이들에게 아무 문제도 아니었다. 다시 말하면 이들은 김주찬을 앞으로도 계속 함께 할 '팀 동료'로 당연히 생각하고 있다는 증거다. 이날 대회에 참가한 김기태 감독과 코치진, 프런트도 이와 같은 반응이었다. 김주찬 역시 마찬가지다. 팀과 말이 잘 맞지 않고 있다면 이렇게 스스럼없이 공개 석상에 KIA 사람들과 함께 하기 어렵다. 이미 김주찬의 마음에도 KIA는 '내 팀'인 듯 보였다.
남양주=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