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우승 경쟁이 끝났다고 생각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조제 무리뉴 맨유 감독은 이렇게 말했다. "아마도, 그런듯.(Probably, yes.)"
이렇게 확실한 '아마도'도 없을 것 같다. 아직 리그의 절반도 지나지 않았지만 맨시티의 독주가 무섭다. 2위 맨유 마저 잡아내며 14연승을 내달렸다. 맨시티는 11일(한국시각) 영국 맨체스터 올드트래포드에서 열린 맨유와의 2017~2018시즌 EPL 16라운드에서 니콜라스 오타멘디의 결승골을 앞세워 2대1로 이겼다. 맨시티는 이날 승리로 EPL 단일 시즌 최다승 신기록을 세웠다. 종전 기록은 아스널(2001~2002시즌)과 첼시(2016~2017시즌)가 기록한 13연승이었다.
정규리그 16경기 무패행진(15승1무)을 이어간 맨시티는 2위 맨유(승점 35)와의 승점차를 11점까지 벌렸다. 유럽 6대 리그를 통틀어 EPL의 1~2위간 거리가 가장 멀다. 맨시티의 최근 경기력을 감안한다면 '아마도' 경쟁자들이 넘기 쉽지 않아 보인다.
맨시티는 그야말로 무적의 행보를 보이고 있다. 펩 과르디올라식 축구가 완전히 녹아들었다. 지난 시즌 다소 불안한 모습을 보였던 과르디올라 감독은 올 여름 천문학적인 금액을 투자해 팀의 약점을 메웠다. 카일 워커, 다닐루, 벤자민 워커를 영입해 좌우 측면을 보강했다. 이 세 명을 영입하는데만 무려 1억3850만 유로(약 1800억 원)를 썼다. 에데르송을 데려와 클라우디오 브라보가 호러쇼를 보이던 골문을 단단히 했고, 베르나르두 실바 등을 영입해 스쿼드의 깊이도 더했다.
그 사이 기존 자원들도 업그레이드시켰다. 대표적인 선수가 라힘 스털링과 존 스톤스다. 스피드와 기술은 인정받았지만, 경기 운영 능력에서 낙제점을 보이던 스털링은 과르디올라 감독 밑에서 환골탈태했다. 과르디올라 감독의 적극적인 조련 속에 경기를 읽는 눈이 눈에 띄게 좋아진 스털링은 맨시티 공격의 핵심으로 자리잡았다. 9골로 리그 득점 3위를 달리고 있다. 지난 시즌 실수를 연발하던 스톤스도 맨시티 수비의 핵으로 떠올랐다. 특유의 발재간과 패싱력은 여전하고, 수비력은 한층 좋아졌다.
케빈 더 브라이너는 중앙 미드필더 자리에서도 최고의 활약을 펼치고 있고, 골 넣는데 특화됐던 세르히오 아게로는 이제 연계력까지 갖춘 선수가 됐다. 잊혀졌던 파비앙 델프는 잉글랜드 대표팀 복귀에도 성공했다.
모든 자리에서 능력치가 올라간 맨시티는 팀으로도 강해졌다. 스리백, 포백, 원톱과 투톱, 스리톱을 오가는 과르디올라 감독 특유의 전술 변화 속에서도 안정감을 찾고 있다. 어떤 전술 속에서도 맨시티 특유의 정교하고, 아기자기한 축구를 잃지 않고 있다. 그 결과 맨시티는 올 시즌 16경기에서 경기당 3골에 달하는 무려 48골을 폭발시키고 있다. 6대 리그를 통틀어 최고의 득점 기록이다. 각 팀들의 수준차가 적은 EPL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실로 엄청난 득점력이 아닐 수 없다. 수비 역시 경기당 채 1골도 안되는 0.68실점만 내주며 견고함을 자랑하고 있다.
창조성을 더해줄 선수가 부족한 맨유, 지난 시즌에 비해 선수층이 약해진 첼시, 기복이 심한 리버풀, 핵심 선수들의 힘이 떨어진 토트넘 등 라이벌팀들의 약점이 두드러진 가운데, 맨시티는 당분간 독주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박싱데이를 전후로 EPL 특유의 빡빡한 스케줄이 변수지만, 맨시티는 리그에서 가장 두터운 선수층을 자랑한다. 오히려 이 기간 동안 승점이 더욱 벌어질 수도 있다.
역대급 우승경쟁을 비웃기라도 하듯 질주하는 맨시티. 우승경쟁은 무리뉴 감독의 말대로 '아마도' 끝났을지 모른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