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모험을 한 거죠."
원주 DB 프로미의 기세가 무섭다. 12일 서울 SK 나이츠와의 경기에서 28점차를 극복하며 짜릿한 역전승을 거뒀다. 이번 시즌 DB 신바람 농구의 결정판이었다. 꼴찌 최유력 후보였으나, 최근에는 조심스럽게 정규시즌 우승 후보로까지 거론되고 있다. 선두권 싸움에서 전혀 밀리지 않고 있다. 판정 논란과 경기력 저하 등으로 추락 중인 프로농구에 산소호흡기 같은 존재다. 꼴찌 후보의 반란에 농구팬들이 열광하고 있다.
DB의 상승 요인은 여러가지가 있지만, 단연 디온테 버튼의 존재가 돋보인다. 버튼은 21경기 평균 31분15초를 뛰며 21.38득점 9.0리바운드 4.3어시스트를 기록하고 있다. 기록을 떠나 팀의 대들보다. 공격, 수비 버튼으로부터 시작되지 않는 플레이가 없다. 경기 리딩부터, 득점이 필요하면 외곽과 골밑을 가리지 않고 골을 성공시킨다. 버튼의 최고 장점은 이타적 마인드다. 계속해서 동료들을 찾는다. 다른 외국인 선수들처럼 자신의 득점에만 집착하지 않는다. 득점 기록이 올라가야 재계약, 타 리그 이적에서 금전적 이득을 가져갈 수 있다. 버튼이 중심을 잡아주자, 걱정 뿐이었던 두경민 김태홍 서민수 등 잠재력 있던 토종 선수들이 자신의 플레이를 마음껏 펼칠 수 있다.
DB가 버튼을 품은 건 행운도 따랐다. 외국인 선수 1라운드 지명권은 인천 전자랜드 엘리펀츠에 있었다. 드래프트 현장에서 최대어로 꼽히던 버튼이 뽑힐 줄 알았다. 하지만 전자랜드 유도훈 감독이 조쉬 셀비를 선택해 DB가 버튼을 찍었다. 지난 시즌 제임스 켈리(현 창원 LG 세이커스) 실패를 맛봤던 전자랜드가 대학을 갓졸업한 프로 루키에 부담을 느꼈다는 후문이다. 버튼 역시 아이오와주립대를 졸업하고 곧장 한국행을 선택했다.
또 하나는 전자랜드는 가드가 필요했다는 것이다. 여기서 '버튼도 경기 리딩을 잘하고, 외곽슛이 좋은데'라는 의문 부호가 생길 수 있다. 사실 버튼은 언더사이즈 빅맨이다. 키 1m92.6으로 KBL 단신 선수로 겨우 분류됐다. 그러나 대학 시절 스몰포워드에서 주로 뛰었다. 높은 점프력과 긴 팔을 이용해 내-외곽을 왔다갔다 하는 자원이었다. 대학에서 3점슛도 간간이 던졌지만, 주 활동 무대는 외곽이 아니었다. KBL 무대에서 3점슛을 던지는 폼을 봐도 전형적 슈터는 아니다.
이상범 감독도 능력이 좋은 선수인 건 알았지만, 정확한 스타일을 몰라 처음에는 웬델 맥키네스(부산 kt 소닉붐)같은 언더사이즈 빅맨으로 골밑에서 활용하려 했다고 한다. 미국에서 외곽 플레이를 하던 선수들도 한국에 오면 골밑에 박혀있어야 하는 게 현실이다. 그런데 전지훈련 과정에서 버튼의 다재다능함을 확인했다. 이 감독은 "선수와도 얘기를 나눴다. 의욕이 넘치더라. 그래서 버튼이 하고 싶은대로 하게 놔두기 시작했다. 잘 되면 엄청난 시너지 효과가 날 수도 있고, 아니면 정말 이도저도 아닌 팀이 될 수 있다는 생각도 했다. 우리 입장에서는 큰 모험이었다"고 밝혔다.
결국, 이 감독의 선택은 신의 한 수가 됐다. 서로에게 윈-윈이다. 버튼 효과로 인해 DB는 예상치 못했던 경기를 보여주고 있고, 버튼도 얻는 게 많다. 버튼은 KBL을 새 도전의 발판으로 삼고 있다. 아직 어리고, 대학시절 명성이 있던 선수이기에 미국프로농구(NBA)에 도전하고픈 마음이 크다. 버튼이 NBA에 진출하지 못한 건 이유들이 있겠지만, 사이즈가 가장 뼈아프다. 미국에서 버튼의 키로는 포워드 역할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가드로 뛰어야 그나마 경쟁력이 생긴다. 버튼은 DB에서 가드로 변신하는 데 총력을 다하고 있다. 아주 훌륭한 연습 무대다.
DB 구단 사람들은 "실력도 실력이지만 인성도 정말 훌륭하다. 프로 생활, 타지 생활이 처음이라 우리도 걱정했는데 이보다 성숙한 외국인 선수는 본 적이 없다"며 버튼을 극찬했다. 버튼은 빡빡한 KBL 스케줄에 대해 "대학교 때는 한 경기 하고, 엄청 훈련만 하고 해 힘들었다. 차라리 게임을 계속 뛰는 지금 스케줄이 좋다"며 해맑게 웃었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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