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이유나 기자]2017년 영화제 7개상 싹쓸이, 5개 국어를 구사하는 엄친딸, 이준익 감독의 뮤즈로 불리는 최희서는 뜬금없이 탄생한 신데렐라가 아니었다. 피나는 연습과 꾸준한 노력으로 만들어진 준비된 신예였다.
21일 방송된 tvN '인생술집'에는 영화 '동주'부터 '박열'까지 이어진 인연으로 두터운 우정을 쌓은 최희서와 민진웅이 출연해 '취중 토크'를 나눴다.
최희서는 "예능 첫 출연인데 꼭 '인생술집'을 오고 싶었다. 시상식에서 너무 길게 수상소감을 많이 해서 그렇게 고리타분한 사람이 아니란 걸 보여주고 싶다"고 출연 이유를 밝혔다.
최희서는 여우주연상 수상 비하인드를 전했다. 그녀는 "여우신인상 수상은 기대를 좀 했기에 미리 소감을 준비했다. 여우주연상 후보에도 올랐지만 생각도 하지 말자는 마음이었다. 하지만 신인상 수상에 이어 여우주연상에 호명되는 순간 패닉이 왔다"며 "8년 동안 단역으로 활동했던 배우가..."라며 눈물을 보였다. 최희서는 올해 각종 영화제에서 6개의 여자신인상과 1개의 여우주연상을 타내며 충무로 대세로 확고히 자리잡았다.
최희서는 "신인상 수상 후 두 분이 소주에 라면을 드시면서 자축하고 계셨는데 제가 여우주연상을 타는 걸 보며 정말 행복해하셨다"며 울컥했다. 또, 화제의 중심이었던 '시상식 막말 논란'에 대해서는 "제가 포털 검색어 올라간 것도 몰랐고, 시상식에 방송사고가 난 것도 몰랐다. 오히려 다음날 이준익 감독님께서 신인인 저를 염려하시면서 '나 빡빡이야. 빡빡이 카페라도 차릴까봐'라고 전화를 주셨다"고 말했다.
최희서는 "제 인생은 무미건조한데 이준익 감독과의 인연은 영화같다"고 운을 뗐다. 그녀는 "3년 전 연극에 출연하던 시절, 지하철 안에서 대본을 보고 있던 그를 '동주'의 제작자인 신연식 감독이 보게 됐다. 신연식 감독님이 지하철에서 과하게 연습하고 있는 저를 보더니 같은 역에 내리면 명함을 줘야겠다고 생각했다고 하더라. 그런데 경복궁 역에서 같이 내렸다. 제가 잡아탄 택시를 따라와 문을 열고 저에게 명함을 주셨다"고 말했다. 이 인연으로 최희서는 '동주'에 캐스팅됐고, 그 인연으로 '박열'의 여주인공까지 캐스팅됐다.
이에대해 민진웅은 "최희서가 '박열' 캐스팅에 거론될 때 반대가 많았다. 인지도 있는 배우가 아니고, 대중에게 익숙한 여배우가 아니었기 때문"이라며 "그때 이준익 감독님이 첫째, 일본어를 이렇게 잘하는 사람, 둘째 이만큼 연기를 잘할 수 있는 사람을 데려오면 희서를 하지 않겠다고 말씀하시며 여주인공으로 확정했다"고 캐스팅 비화를 공개했다.
그녀는 엄청난 노력파 배우이기도 했다. 이날은 최희서가 늘 갖고 다니는 연기 노트가 공개됐다. 노트 속에는 영화 '박열' 속 방대한 일본어 대사와 그녀가 연습 때 마음에 들었던 연기 횟수가 바를정자(正)로 빼곡히 기록되어 있었다. 스스로 만족할 정도의 소름끼치는 연기를 수십번 거듭하고 확인한 뒤에야 카메라 앞에 섰던 것.
최희서는 신인시절 한 드라마에서 필리핀에서 시집온 새댁 역할을 맡아 어눌한 한국어 연기를 선보인 바 있다. 당시를 기억하는 신동엽은 "정말 필리핀 사람인 줄 알았다"고 회상하기도 했다.
민진웅은 "실제로 최희서가 외국어에 능통하다. 그 실력을 여기서 보여주면 좋을 것 같다"고 했지만 최희서는 간단한 일본어와 영어 실력만 보여줬다.
사실 최희서는 5개국어에 능통한 엄친딸이다. 어릴 때 그는 일본과 미국에서 살며 제2외국어로 이탈리아어를 배웠다. 언젠가 진출할 것을 대비해 중국어도 배워둔 상태다. 또한 연세대 신문방송학과와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한 재원으로, 교환학생으로 간 미국 캘리포니아 버클리대에서 공연예술을 부전공 수료했으며 2008년 버클리대서 한국인 최초로 공연예술 공로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충무로를 이끌 차세대 여배우, 대세 여배우로 급부상한 최희서는 이미 수년간 스스로를 탄탄히 공들여 다져온 준비된 신예였다.
ly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