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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승부사' 조계현 단장, 양현종의 마음을 잡은 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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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길게 끌고갈 이유가 없었죠."

현역 시절만큼이나 화끈한 '승부사 기질'이 갈등하던 에이스의 마음을 잡았다. KIA 타이거즈와 에이스 양현종의 재계약은 결국 조계현 신임 단장의 저돌적인 추진력이 이뤄낸 성과라고 볼 수 있다.

KIA는 28일 오후 '양현종과 1년 총액 23억원(보장액, 옵션 별도)에 재계약했다'고 발표했다. 이로써 한국시리즈 종료 후 2개월 가까이 길어진 양현종과 KIA의 재계약 협상은 해피 엔딩으로 마무리됐다. 당대 KBO리그 최고투수 양현종은 내년에도 변함없는 '타이거즈 군단'의 에이스로 팀의 'V12'를 향해 힘찬 투구를 이어간다.

양현종과 KIA는 이미 시즌 종료 후 재계약에 관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었다. 양현종은 한국시리즈를 마친 뒤 각종 시상식에서 공개적으로 KIA 잔류 의지를 밝혔다. 그러나 예상외로 협상이 길어졌다. 계약 조건에 대해 양측의 의견이 엇갈렸다. 양현종은 올해 20승으로 다승 공동 1위에 정규리그, 한국시리즈 MVP 등의 최고 성적에 합당한 대우를 요구했다. KIA도 여기에는 동의했지만, 세부 내용에서 좀처럼 합의가 안됐다. 수 차례 협상 끝에 총액면에서는 합의를 이뤘으나, 이번에는 옵션 내용이 문제였다. 이 단계까지 거의 2개월이 걸렸다.

그런데 KIA가 이 시점에 즈음해 협상 주체를 기존 운영팀에서 조계현 단장으로 일원화했다. 긴 협상 과정에서 양현종 측과 계속 의견이 엇갈리면서 부작용이 우려됐기 때문. 특히 조 단장은 올시즌까지 3년간 수석코치로 현장에서 양현종과 호흡을 맞춰 온 사이다. 그래서 양현종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이해할 수 있었다.

결국 이런 면이 합의의 극적인 촉매제가 됐다. 서울에 머물던 조 단장은 27일 밤, 양현종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리고 진심을 담은 전화통화로 흔들리던 양현종의 마음을 붙들었다. 조 단장은 이에 관해 "서로 마음 상할 이유가 없지 않나. 그래서 (양)현종이에게 '원하는 것을 말해봐라'고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그러자 순조롭게 얘기가 풀렸다. 현종이도 내 진심을 알았는지 28일에 사인하겠다고 하더라"고 밝혔다.

한 번의 통화로 2개월의 협상을 끝낸 조 단장은 28일 낮에 홀가분하게 광주로 내려가 양현종과 만나 계약서에 사인했다. 조 단장의 현역시절 별명은 '싸움닭'이었다. 핵심을 정확히 꿰뚫는 '싸움닭'의 승부사 본능은 이렇게 협상에서도 빛을 발했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