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현(22)과 테니스 샌드그렌(27·미국)은 2018 호주 오픈이 낳은 이변의 두 선수. 언더독 간 피할 수 없는 맞대결의 승자는 정 현이었다.
랭킹 97위 샌드그렌의 돌풍은 놀라울 정도였다. 이전까지 그는 한단계 아래인 챌린저 대회에서 주로 활약했다. 메이저 대회 단식 본선에서 단 한번도 승리해본 적 없는 무명 선수. 그의 라켓에 세계랭킹 10위 이내 선수 두명이 희생당했다.
샌드그렌은 2회전에서 세계랭킹 8위 스탄 바브링카(스위스)를 3-0(6-2 6-1 6-4)으로, 16강전에서는 5위 도미니크 팀(오스트리아)을 3-2(6-2 4-6 7-6<7-4> 6-7<7-9> 6-3)로 잇달아 꺾고 무서운 기세로 8강에 선착했다.
거침없는 파란 속에 파죽지세를 이어가던 샌드그렌의 꿈은 세계랭킹 58위 정 현이란 벽 앞에 막히고 말았다. 단 한 세트도 따내지 못하고 0-3으로 완패했다.
정 현과 같은 장신(1m88)인 샌드그렌은 최고 시속 204km에 달하는 위력적인 서브를 구사한다. 16강에서 도미니크 팀을 상대로 무려 20개의 서브에이스를 기록했다. 이날도 샌드그렌은 12개의 서브에이스를 기록해 정 현(7개)을 압도했다. 하지만 퍼스트서브 서브인 확률이 55%에 그쳤다. 그러다보니 세컨 서브 득점률이 45%에 그쳤다.
반면, 정 현은 침착한 경기운영으로 힘을 앞세운 샌드그렌을 지치게 했다. 퍼스트 서브인이 70%에 세컨서브 득점률도 62%에 달했다.
앞선 16강전에서 3-2 접전으로 체력을 많이 소모한 샌드그렌은 3세트 들어 강서브를 앞세운 속전속결을 시도했다. 하지만 체력과 집중력 저하 속에 퍼스트 서브 폴트가 잦아지면서 침착한 랠리로 대응한 정 현에 무릎을 꿇어야 했다.
경기 후 정 현에게 진심어린 축하의 뜻을 전한 샌드그렌은 라켓을 챙겨 코트를 떠나면서 관중들에게 손을 흔들었다. 격려의 박수가 쏟아졌다. 신데렐라의 돌풍은 점시 멎었지만 메이저를 향한 샌드그렌의 꿈은 이제 막 시작됐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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