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시즌 그라운드를 누빌 선수들 중 팬들의 관심을 '두 배'로 받는 이들이 있다. 유니폼을 새로 갈아입는 이적생들이다. 이들은 현 소속팀 팬들 뿐만 아니라 직전 소속팀 팬들로부터도 뜨거운 시선을 받고 있다. 전자는 환영과 선전, 후자는 애정과 아쉬움이 미묘하게 얽혀 있다.
미국에서 유턴한 황재균(kt 위즈)과 김현수(LG 트윈스), 두산 베어스에서 롯데 자이언츠로 간 민병헌, 롯데에서 삼성 라이온즈로 이적한 강민호는 거물급 토종 이적생이다. 외국인 선수도 있다. 7년간 두산 에이스로 활약하다 kt로 옮긴 더스틴 니퍼트, 롯데 1선발에서 두산 1선발이 된 조쉬 린드블럼. 여기에 넥센 히어로즈의 에스밀 로저스는 팔꿈치 수술 후 2년만에 KBO리그에 복귀했다.
황재균과 김현수는 유턴 때부터 과도한 '미국 프리미엄'이라며 적잖은 비난에 시달렸다. 황재균은 주로 마이너리그에서 뛰었고, 메이저리그는 18경기 출전에 타율은 1할5푼4리에 그쳤다. 김현수는 2016년에는 볼티모어 오리올스에서 타율 3할2리를 기록하는 등 활약했지만 지난해는 극도로 부진했다. 결국 필라델피아 필리스로 트레이드됐고, 시즌 타율은 2할3푼1리에 그쳤다. OPS는 5할9푼9리. 결국 방출됐고, 빅리그에서 더이상 머물 곳을 찾지 못했다. 실패 뒤 돌아왔지만 한국에서의 대접은 융숭했다.
둘은 팀컬러를 바꿀 수 있는 핵심선수로 평가받고 있다. 황재균은 허술한 kt 내야와 방망이를 동시에 개선시킬 선수로 일찌감치 주목받았다. 4년간 88억원을 받았다. 김현수는 공격력 보강이 시급한 LG가 강하게 원했다. 4년간 115억원이라는 천문학적 금액이 모든 것을 말해준다. 황재균은 롯데팬, 김현수는 두산팬으로부터 큰 사랑을 받았던 선수들이다.
민병헌과 강민호는 묘하게 엮인 관계다. 롯데는 내부FA 강민호를 잔류시키려 했지만 삼성이 더욱 적극적으로 대시했다. 강민호가 떠난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전력보강을 도모하던 롯데는 민병헌을 데려왔다. 때마침 외야 자원이 넘치던 두산은 민병헌과의 협상에 소극적이었다.
강민호가 2년 연속 9위에 머문 삼성을 깨울 지 여부와 함께 민병헌이 강민호와 비교해 어떤 성적을 올릴 지도 궁금하다. 최근 상실감이 큰 삼성팬들은 강민호를 두팔 벌려 환영하고 있다. 롯데 팬들도 강민호의 2018시즌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민병헌이 몰고올 새바람이 최고 관심사가 됐다지만 강민호를 바라보는 롯데팬들의 시선은 특별할 수 밖에 없다.
니퍼트와 린드블럼의 이적은 이미 신구팬들 사이 풍부한 스토리를 만들어내고 있다. 니퍼트는 두산에서 7년간 활약했다. 두산과의 결별과정이 말끔했던 것은 아니다. 두산을 상대로한 니퍼트의 피칭은 꽤나 흥미로울 전망이다.
로저스는 한화 팬들에게 애증을 안긴 선수다. 2015년 대체선수로 대단한 활약을 펼친 뒤 2016년 190만달러에 재계약을 했지만 5월에 시즌을 접었다. 이후 미국에서 팔꿈치 인대접합수술을 하고 2년만에 돌아왔다. 넥센에서도 150만달러의 높은 연봉을 챙겼다.
프로세계에 이적은 일상이다. 프로는 냉정하고, 입고 있는 유니폼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하지만 감정마저 제어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더 다이내믹한 스토리가 만들어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