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베어스의 올시즌 5선발은 이용찬이다. 두산이 최근 3년 동안 붙박이 5선발을 정해놓지 않고도 로테이션에 어려움이 없었던 것은 1~4선발이 너무도 굳건했기 때문이다. 사실 5선발은 투수진 상황에 따라 유동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자리다. '판타스틱4'로 불리는 강력한 선발진을 거느렸던 두산으로서는 5선발에 대한 아쉬움이 상대적으로 작었다.
그러나 올시즌에는 양상이 달라졌다. '판타스틱4' 가운데 지난 겨울 더스틴 니퍼트, 마이클 보우덴 2명이 팀을 떠났다. 대신 롯데 자이언츠 출신 조쉬 린드블럼과 새 외인투수 세스 후랭코프가 새롭게 들어왔다. 린드블럼-후랭코프-장원준-유희관이 1~4선발이다. 후랭코프는 KBO리그 적응을 거쳐야 한다. 아직은 물음표다. 린드블럼은 롯데에서 에이스 역할을 했지만, 팀을 옮긴 만큼 역시 시즌을 들어가봐야 그 위상을 가늠할 수 있다.
5선발 의존도가 예년에 비해 높아질 수 밖에 없다. 두산 코칭스태프는 이런 상황에서 호주와 일본 미야자키에서 전지훈련을 통해 이용찬을 5선발로 확정했다. 5선발 경쟁이랄 것도 없었다. 이용찬은 연습경기에서 3차례 등판해 8⅔이닝 5안타 1실점, 평균자책점 1.04를 기록했다. 페이스가 좋았다.
김태형 감독의 믿음도 확고하다. 이용찬은 17일 잠실서 열린 LG 트윈스와의 시범경기에 등판했다. 4이닝 동안 5안타를 맞고 3실점했다. 삼진 4개를 잡았으나, 4사구도 2개를 허용했다. 2회초에는 강승호에게 좌월 투런홈런을 허용하기도 했다. 70개의 공을 던져 시즌 개막에 맞출 수준의 페이스는 확인했지만, 선발로서의 경기 운영과 제구력은 더 다듬어야 한다.
김 감독은 18일 LG전을 앞두고 "전지훈련에서 컨디션이 좋았고 훈련을 잘 했다. 어제도 큰 문제는 없었다고 본다"고 했다.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이야기다. 시범경기 등판은 전날 경기로 사실상 마친 셈이다. 시즌 개막에 앞서 2군 경기서 한 차례 등판해 최종 점검을 할 계획이다. 5선발인 이용찬은 오는 29일 롯데 자이언츠와의 홈게임이 정규시즌 첫 등판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때까지는 시간적으로 여유가 있다.
선발 보직 적응 문제는 사실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이용찬은 풀타임 선발로 던진 적이 있다. 2011년 마무리로 시즌을 시작했다가 5월초 선발로 전환해 6승10패, 평균자책점 4.19로 시즌을 마쳤고, 2012년에는 풀타임 선발로 26경기에 등판해 10승11패, 평균자책점 3.00을 올리며 커리어하이를 찍었다. 이후 부상과 수술로 몇 년을 고전하다 지난해 마무리로 복귀해 22세이브에 평균자책점 4.40을 기록했다.
두산이 이용찬을 선발로 돌린 것은 함덕주 김강률 이현승 등 믿을 수 있는 필승조가 있고, 확실한 5선발을 세우고 싶은 마음 때문이다. 김 감독은 "용찬이가 작년에 뒤에서 던질 때 원하는 만큼의 모습은 아니었다. 마무리보다는 선발로 우리 팀에 더 어울린다는 판단을 했다"고 설명했다. 두산의 바람대로 두자릿수 승수를 올린 그 시절의 이용찬을 올해 볼 수 있을까.
잠실=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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