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이글스가 깊은 시름에 빠졌다. 외국인 투수 키버스 샘슨의 깊은 부진 때문이다. 시즌 개막전 패배에 이어 30일 홈개막전에서도 패전의 멍에를 썼다. 샘슨은 30일 대전구장에서 열린 SK 와이번스와의 홈개막전에 선발등판했다. 4⅔이닝 동안 5안타(2홈런) 4볼넷 8탈삼진 8실점(7자책)으로 무너졌다. 5회를 넘기기도 전에 투구수는 무려 113개나 됐다. 지난 24일 시즌개막전(넥센 히어로즈 원정)에서도 4이닝 8안타(1홈런) 4볼넷 8탈삼진 6실점(5자책)으로 부진했다. 당시에도 투구수가 110개나 됐다.
이날 샘슨은 최고구속은 152km를 기록했다. 하지만 갑자기 흔들리며 볼넷을 남발하는 패턴, 투구수 관리가 전혀 되지 않는 부분은 개선되지 않았다. 믿었던 1선발이 무너지자 한화 역시 제대로 힘을 쓰지 못했다. 폭죽을 터뜨리며 성대한 이벤트를 준비했던 홈개막전에서 4대8로 무릎을 꿇었다.
샘슨은 1회를 삼진 2개, 삼자범퇴로 산뜻하게 출발했다. 하지만 2회 선두 제이미 로맥에게 중월 솔로 홈런을 맞고 선취점을 내줬다. 3회 삼진 2개 포함 삼자범퇴로 다시 안정감을 찾았지만 4회가 고비였다. 2-1로 앞선 4회초, 제구가 흔들리며 2번 한동민과 4번 로맥에게 연이어 볼넷을 내줬다. 김동엽에게 중전 적시타를 맞고 2-2 동점을 내줬다. 다시 최승준에게 볼넷을 허용, 1사 만루 위기가 찾아왔다. 수비실책도 샘슨을 흔들었다. 나주환의 유격수 땅볼은 병살이 가능했지만 2루수 정근우가 1루에 악송구를 하면서 2루주자까지 홈을 밟았다. 2-4로 경기가 뒤집어졌다. 결국 5회 2사 1, 3루에서 로맥에게 중전 적시타를 맞았고, 김동엽에게 중월 스리런 홈런을 허용한뒤 마운드를 내려왔다.
경기전 한용덕 한화 감독은 "샘슨의 구위를 믿는다. 혼자 하려는 것만 고치면 나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적응까지 시간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하지만 샘슨은 한순간에 제구가 흔들리고 주자가 나가면 허점이 더 커지는 측면이 있다. 2선발 제이슨 휠러의 안정적인 피칭과는 확연히 차이가 난다. 더 큰 문제는 투구수 관리다. 150km대 강속구도 자주 커트 당했다. 몇 차례 상대타자가 커트에 성공하면 곧바로 제구가 와르르 흔들리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외국인 투수는 대체불가 자원이다. 한화로선 샘슨이 나아지기만을 바라고 있다. 대전=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