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의 마지막 날이었다.
조원태 한국배구연맹(KOVO) 총재와 인터뷰를 가졌다. 총재 취임 후 6개월이 지난 시점이었다. 궁금했던 것 중 한 가지는 대한항공 구단주와 KOVO 총재 사이에서의 딜레마였다.
이 질문에 조 총재는 이렇게 답했다. "(대한항공)구단주를 맡고 한 넉 달 만에 총재 제안을 받고는 전임 총재님을 뵙고 여러 가지 말씀을 들었어요. 가장 먼저 '대한항공을 응원하지 마라'고 하시더라구요. 마음이 아팠어요. 선수단이 힘들었던 시간을 같이 보내면서 팀에 더 애착이 갔었는데…."
사실 조 총재도 조심스러웠다. 구단주이기도 하지만 남녀 13개 팀을 총괄하는 총재이기 때문에 대한항공을 좋아하는 표시를 겉으로 드러낼 수 없었다. 장기간 외국에 머물다 한국에 들어와 있는 시간에는 현장에 찾아가 대한항공 선수들을 응원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다. 그러나 참고 또 참을 수밖에 없었다.
조 총재는 대부분의 신경을 KOVO에 쏟았다. 다만 구단주의 역할에도 소홀히 하지 않았다. 자신에게 올라오는 보고는 꼼꼼하게 체크했다. 그리고 "구단에 필요하고 맞는 것이라면 정확하게 지원하라"고 말하기도 했다.
구단주가 직접 나서 경기력 강화에 적극적인 투자를 약속하자 신갈 숙소와 훈련장이 순식간에 바뀌었다. 훈련 효율성 강화를 위한 영상 분석 시스템을 도입했다. 훈련장에 설치된 6대의 고정식 카메라를 통해 선수 개인의 경기 장면을 촬영, 동작을 분석할 수 있게 했다. 한 달치 영상이 상황과 선수별로 저장돼 컨디션이 좋을 때와 나쁠 때의 변화 등을 훈련 도중 직접 비교,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전력분석 전문 인력도 보강했다. 또 체조 전담 트레이너도 영입했다. 공교롭게도 두 명의 여성이 '금녀'의 벽을 깨고 들어왔지만 전문성은 남성 인력 못지 않다.
특히 선수들의 체력 관리를 위한 웨이트 트레이닝 시설도 대대적으로 확충했다. 공간이 좁고 시설이 노후한 탓에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판단에 기존의 웨이트 트레이닝 훈련장을 오롯이 재활을 위한 공간으로 바꿨다. 대신 종전보다 두 배 이상 커진 공간에 다양한 기구를 채웠다. 기구 구입에만 1억원에 가까운 투자를 마다하지 않았다.
조 구단주의 통 큰 결단으로 대한항공은 180도 바뀌었다. 지난 시즌 챔피언결정전 준우승의 아킬레스건으로 꼽혔던 체력 문제도 드러나지 않았다. 결국 대한항공은 지난 1986년 창단 이후 첫 V리그 챔프전 정상에 섰다. 새 구단주가 새 역사를 창조해낸 것이다.
조 구단주는 더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 바로 선수들의 '제2의 인생'이다. '인연'을 중시하던 한진그룹 창업자 고 조중훈 전 회장의 정신을 대한항공에도, 배구단에도 이어나가고 있다. 조 구단주는"선수들이 학업에는 신경 쓰지 못하고 운동에만 전념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죠. 하지만 모두 성공하는 것도 아니고 중간에 그만둬야하는 경우도 생기고. 그러면 그 후에 삶은 누가 책임집니까. 때문에 최소한의 학업은 이뤄져야 하고, 국제무대에 나가서 영어 한마디 못해 피해를 보는 일이 없도록 어학능력도 필요합니다. 그래야 나중에 감독이나 코치를 해도 더 도움이 되지 않겠습니까." '공부하는 학생선수', 조 총재 겸 구단주가 바라는 '인재상'이다. 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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