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게 보고 가기로 했습니다."
프로야구 시즌은 길다. 하루 결과에 일희일비하다가는 6개월이 넘는 장기레이스에서 버텨내기 힘들다. 하지만 당장 눈앞에서 승패 결과가 극명하게 갈리는 마당에 앞날을 대비해 긴 호흡을 유지하는 것도 쉽지 않다. 프로야구 감독들의 딜레마는 바로 여기서 발생한다. 그래도 중요한 건 확실한 플랜을 유지하는 것이다. 적어도 그러면 나중에 결과가 안 좋게 나와도 납득할 수 있는 여지라는 게 만들어진다.
넥센 히어로즈 장정석 감독이 고심 끝에 '필승조 전면 휴식' 카드를 화요일부터 꺼내들었다. 장 감독은 1일 창원 마산구장에서 NC 다이노스와의 원정경기를 앞두고 "브랜든 나이트 투수코치와 상의 끝에 오늘은 마무리 투수 조상우에게 무조건 휴식을 주기로 했다. 세이브 상황이 나와도 마찬가지다. 일요일 경기 때 많이 던진 필승조 이보근도 나오지 않는다"고 밝혔다. 당초 장 감독의 '휴식투수 명단'에는 김상수도 들어있었다. 그러나 장 감독은 잠시 후 "김상수는 대기한다"고 정정했다.
이날 경기는 주중-주말 6경기의 첫 머리다. 그래서 모든 감독들은 화요일 경기를 잡고 한 주를 시작하려 한다. 때로는 불펜을 모두 투입하는 총력전도 불사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이 방법은 불펜의 힘을 일찍 소모한다는 단점이 있다. 그나마 이렇게 해서 이기기라도 하면 다행이지만, 그럼에도 패하면 일주일 내내 마운드 운용이 꼬이게 된다. 투수는 확실히 쉬어야 할 때는 쉬게 하는 게 낫다.
장 감독은 "조상우와 이보근 모두 팀의 필승조이지만, 일요일 고척 SK전 때 많이 던지면서 어제 휴식에도 불구하고 피로감이 있다. 쓰려면야 쓸 수는 있겠지만, 그러면 선수에게도 장기적으로 좋지 않고 팀도 손해를 입을 수 있다. 비록 팀에 꼭 승리가 필요한 시점이지만, 한 템포 쉬어가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당시 경기에서 이보근은 2⅓이닝 동안 42구를 던졌고, 조상우는 9회에 나와 1이닝 동안 31개의 공을 뿌렸다. 휴식이 필요한 시점이 분명하다.
그래도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듯 하다. 넥센은 지난주 1승5패에 그치면서 그 앞선 주에 5위까지 올랐던 순위가 7위까지 추락했다. 그나마 NC의 최근 전력이 좋지 않아 승수 쌓기에 도전해볼 만 한 상대다. 이런 경기에 필승계투와 마무리를 빼고 가는 건 상당한 결단이 필요한 일이다.
장 감독은 "시즌 마지막까지 생각하려 한다. 당장 이기기 위해 투수들을 소모하는 건 지금 시점에는 바람직하지 않은 것 같다"면서 "그리고 우리 팀에는 이보근과 조상우 말고도 김선기나 오주원 조덕길 등 다른 투수들이 있다. 이 투수들이 잘 막아줄 것이라고 믿는다"며 다른 불펜진에 대한 신뢰와 승리의 의지를 동시에 밝혔다.
창원=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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