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볼을 보며 자신감이 생겨요."
KT 위즈 김진욱 감독은 20일 수원 NC 다이노스전을 앞두고 선발 투수 금민철에 대해 "던질 때마다 발전하고 있다. 내가 금민철을 누구보다 잘 알지 않느냐. 정말 많이 변했다. 생각 자체가 달라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근 금민철이 던지는 경기가, 가장 편안히 볼 수 있는 것 아닌가'라는 취재진의 질문에 고개를 끄덕였다.
김 감독이 칭찬한 금민철은 6이닝 2실점 호투로 18대3 승리를 이끌었다. 안타 10개를 맞았지만, 뛰어난 위기 관리 능력을 보여줬다. 시즌 4승2패다.
금민철은 지난해 열린 2차 드래프트를 통해 KT로 이적했다. 2005년 프로 데뷔 후 좌완 유망주 꼬리표를 떼지 못하고 꼴찌팀 유니폼을 입었다. 나름 선발 로테이션이 갖춰졌던 KT이기에 경쟁이 힘들 걸로 예상됐다. 그러나 스프링캠프에서 정성곤이 부상을 당하며 그 빈 자리를 금민철이 채우게 됐다. 그냥 채운 게 아니라 캠프에서 후배들과의 경쟁을 이겨냈다.
지금은 없어서는 안될 KT 1선발이다. 4승을 거뒀는데, 금민철의 가치는 4승을 뛰어넘고도 남는다. 라이언 피어밴드는 어깨가 아파 개점휴업중이고, 더스틴 니퍼트는 불안하다. 금민철이 첫 등판한 3월 28일 SK 와이번스전에서 무너졌다면, KT는 훨씬 더 어려운 시즌을 치르고 있을지도 모른다. 당시 SK 타선은 무섭게 터지고 있었고, KT는 연패가 길어질 조짐을 보이고 있었다.
금민철은 5월 등판한 4경기 모두 퀄리티 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를 기록했다. 지금 모습만 보면 메이저리그 LA 다저스의 좌완 에이스 클레이튼 커쇼가 부럽지 않을 정도다.
금민철은 공은 좋으나, 제구 불안을 안고 있었다. 하지만 올해 풀타임 선발 전업 후, 제구 난조 문제는 이제 지난 얘기가 됐다. 이날 직구 최고 구속은 137km에 그쳤다. 스피드는 시즌 내내 이 정도인데, 상대 타자들은 이 공을 치지 못한다. 끝에서 자연스럽게 꺾이는 컷패스트볼에 타자들이 속수무책이다. 직구와 같은 폼에서 나오는 커브는 느리지만 위력적이다.
김 감독이 달라졌고 한 내용이 무엇일까. 선수 본인에게 물어봤다. 경기 후 만난 금민철은 "스트라이크존에 공을 넣을 수 있는 힘이 생겼다. 또 이닝을 길게 끌고 갈 수 있는 위기 관리 능력도 생긴 것 같다"며 "제구 난조를 극복하기 위해 와인드업 자세를 아예 버렸다. 계속 세트포지션으로만 던지니 기복이 줄어든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이어 "홈플레이트 좌-우 코너워크를 한다기 보다는 존 안에 무조건 넣는다고 생각하고 던진다. 내 공끝이 지저분한 걸 좋게 평가해주시는데, 가운데 던져도 계속 땅볼이 되는 걸 보며 자신감이 생기고 있다. 투심패스트볼은 안던지고, 포심패스트볼만 사용하는데 그립을 약간 약하게 잡으면 공이 많이 휘고, 세게 잡으면 덜 휘고 그 차이가 있다. 조금 밸런스가 안 좋을 때는 마운드 주변을 돌며 심호흡도 하고 마음을 가다듬는 여유도 생겼다"고 설명했다.
금민철은 "2010년 이후 처음으로 캠프에서 차근차근 선발을 준비했다. 그게 도움이 되는 것 같다"며 "10승-3점대 평균자책점-풀타임 소화 세 가지 목표를 주변에서 말씀하시는데 아직은 시기상조다. 앞으로도 흔들리지 않고 마운드에 서기 위해 더 노력하겠다. 한 경기 마치면, 모두 리셋이 된다 생각하고 다음 경기를 준비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수원=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