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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①] 서현우 "'나저씨' 출연 아닌 출근하는 마음..뜻깊은 인생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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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매 작품 신을 사로잡는 충무로 대표 '신스틸러' 배우 서현우(35)가 또 한 편의 인생작을 추가했다. 비록 초반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문제작이었지만 회를 거듭할수록 시청자의 마음을 사로잡으며 모두의 '인생 드라마' 거듭난 tvN 드라마 '나의 아저씨'(박해영 극본, 김원석 연출)가 바로 그의 새로운 인생작이다.

'나의 아저씨'는 삶의 무게를 버티며 살아가는 아저씨 삼 형제와 거칠게 살아온 한 여성이 서로를 통해 삶을 치유하게 되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 지난 3월 21일 첫 방송해 이달 17일, 16회를 끝으로 막을 내린 '나의 아저씨'에서 삼 형제 중 둘째인 박동훈(이선균)의 오른팔 송과장 역으로 존재감을 드러낸 서현우. 그가 데뷔이래 처음으로 고정 출연하게 된 '나의 아저씨'에 대해 못다 한 이야기, 그리고 남다른 애정을 전했다.

'나의 아저씨'가 종영한 후 스포츠조선과 만난 서현우는 "시청자도 마찬가지겠지만 나 역시 '나의 아저씨'에 참여한 배우이자 시청자로서 정말 좋은 드라마를 만났던 것 같다. 시청자가 좋은 드라마를 만나면 그 드라마를 보는 시간만은 행복하지 않나? 인생 드라마란 그런 드라마를 말하는 것 같다. 이 작품을 통해 인생 드라마의 정의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었다"고 곱씹었다.

그는 "인생 드라마란 마냥 멀게 느껴지는, 나와 다른 삶을 사는 허구의 이야기가 아니라 진짜 내 모습, 우리네 삶을 보여주는 드라마다. 이 작품을 통해 배우이기 전 한 사람, 한 명의 시청자로서 '인생을 어떻게 살아가야 하나?' '어떤 어른이 되어야 하나?' 질문을 던지게 됐던 의미 있는 작품인 것 같다"고 고백했다.

삼안 E&C 부장인 박동훈을 인간적으로 존경하고 잘 따르는 부하직원이자 늘 동훈의 편에 서는 안전진단 3팀의 송과장. 팀원들 또한 잘 배려하고 단속하며 동훈의 짐을 덜어주는 진국 같은 남자로, 특히 회사 내에서 인정받지 못하는 상사이자 롤모델인 동훈을 늘 안타까워하는 인물이다. 서현우는 이런 송과장을 완벽히 표현, 마치 시놉시스를 찢고 나온 듯한 리얼한 싱크로율로 극의 전반을 이끌었다. 첫 고정 드라마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노련하게, 또 편안하게 '나의 아저씨' 속 송과장을 소화했다.

서현우는 "내가 연기를 시작하고 처음으로 한 고정 드라마다. 과거에 짤막한 단역으로 드라마에 출연한 적은 있지만 이번 '나의 아저씨'처럼 처음부터 끝까지 자리를 지켜본 적은 처음이다. 오디션을 통해 이 작품에 도전하게 됐는데 부끄럽지만 김원석 PD가 나와 첫 미팅에서 '송과장에 어울리는 사람을 뽑았다'며 단번에 출연을 허락했다. 실제 촬영할 때도 꾸미는 연기가 아닌 정말 내 본연의 모습과 송과장을 대입해서 연기해달라 하셨다. 나 자신이 송과장일 때 느끼는 감정과 반응을 자연스럽게, 또 편안하게 연기하길 바랐다. 뜻깊은 촬영이 됐다. 이 작품을 통해 기존에 가진 연기관도 바뀌었다"고 밝혔다.

무엇보다 그는 재차 "드라마가 아닌 현실 그 자체였다"며 '나의 아저씨'를 설명했다. "이 작품을 통해 현실 연기의 끝을 경험한 것 같다. 나뿐만이 아니라 '나의 아저씨' 모든 배우가 연기가 아닌 실제 현실 속의 인물처럼 보였다. 분장실에서 분장을 받고 송과장의 출근 가방을 메는 순간 나는 그냥 송과장이 됐다. 송과장으로 분장실에서 세트장으로 출근하는 기분이었다. 일단 출근하면 재킷을 의자에 걸어놓고 슬리퍼로 갈아 신는다. 그리고 소매를 걷고 컴퓨터를 켠다. 스스로 폴더 안 캐드 화면을 띄우며 업무를 준비하는 회사원이 된다. 직장인화 된다. 또 오전 촬영이 끝나고 점심시간을 갖는데 점심을 먹고 다시 촬영장에 돌아오면 직장인들처럼 커피가 당긴다. 또 퇴근 시간이 임박해지면 나도 모르게 멍하니 창밖을 보게 되는 습관도 생겼다. 그냥 '나의 아저씨'에 귀속된 한 명의 직장인 같았다"고 웃었다.

'디테일한 연출의 대가'인 김원석 PD 때문에 송과장에 더욱 몰입할 수 있었다는 서현우. 책상 위 먹다 버린 사탕 껍질까지도 계산한 '석테일'의 마법에 매료됐다고. 그는 자연스러운 연기에 대해 다시 한번 배울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고 밝혔다.

"영화도 이 정도로 디테일하지 않는데 '나의 아저씨'는 정말 디테일한 연출의 종착지였어요. 자연스레 제가 해왔던 기존의 연기 접근 방향도 영향을 받게 된 것 같아요. 그동안 많이 준비한 세팅된 연기를 해왔다면 이번 작품에서는 의상, 소품, 환경에서 주는 감정과 분위기로 연기를 하려고 했어요. 자연스럽게 작품에 녹아드는 방법을 배웠죠. 그래서 '나의 아저씨'는 내게 더 인생작으로 다가오는 것인지도 모르겠어요. 예전에 어떤 한 선배가 배역에 맡는 의상을 입으면 호주머니에 꼭 가지고 있던 동전 몇 개를 넣어 둔다고 했거든요. 마치 진짜 내 옷처럼 느껴지고 편안하게 역할을 받아들이는 하나의 팁이라고 했는데 송과장을 연기하면서 그때 그 선배의 조언을 이해할 수 있게 됐어요. 하하."

soulhn1220@sportschosun.com 사진=풍경엔터테인먼트, tv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