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 실책에도 분위기를 끌어오지 못했다. 한화 이글스가 '병살의 저주'에 걸리며 13년만의 스윕에 실패했다.
한화는 24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전에서 1대7로 패했다.
연승 행진이 끊겼다. 이날 경기전까지 한화는 두산과의 주중 3연전 중 2승을 확보하며 뜨거운 분위기에 더 큰 불을 지폈다. 선두 두산을 상대로 승수를 쌓은 것도 의미있고, 그사이 팀 성적이 상승하면서 어느새 1위가 사정권 내에 보이는 단독 2위로 질주하고 있었다.
내심 두산전 스윕도 노릴 수 있던 상황. 두산은 한화가 가장 오랜 시간 3연전 싹슬이를 하지 못했던 상대팀이다. 그동안 유독 약했던 팀들을 상대로는 이미 올 시즌 '한 풀이'에 성공한 한화였다. 지난달 KIA 타이거즈를 상대로 6년만에 스윕에 성공했고, 이달초 LG 트윈스를 상대로도 8년만에 스윕을 했다. 또 넥센 히어로즈전에서도 6년만에 3연전을 모두 이겼다.
하지만 두산은 2005년 6월 4~6일 청주 3연전 스윕 이후 한번도 3승을 모두 잡은 적이 없다. 스윕을 당한 것은 12번이나 있었지만, 2승1패만 해도 대만족이었다. 스윕을 못한다고 해서 좌절할 이유도 없으나 은근히 자존심이 걸린 문제이기도 했다.
모처럼 기회가 찾아왔으나 얄궂게도 스스로 밥상을 걷어차는 꼴이 됐다. 이날 한화는 두산 선발 이용찬을 제대로 공략하지 못했다. 기회는 있었지만 그때마다 번번이 병살에 발목을 잡혔다.
병살타가 찬스때마다 4번이나 나왔다. 2회말 제라드 호잉과 김태균의 안타로 무사 1,2루 찬스를 만들었지만, 이성열의 병살타로 흐름이 끊겼다. 3회에도 1사에 최재훈이 안타를 치고 나갔으나 이용규의 병살로 이닝이 마무리됐다.
가장 아쉬운 장면은 5회. 두산 수비가 흔들렸기 때문에 더욱 득점 기회였다. 김태균의 안타로 무사 1루. 이성열의 타구가 2루수 방면의 땅볼이 됐다. 타구의 방향상 2루수-유격수-1루수로 이어지는 병살타가 될 수도 있었다. 하지만 두산 2루수 오재원의 2루 송구 실책이 나오면서 주자가 모두 살았다.
천금의 무사 1,2루 기회를 만든 한화지만, 득점에는 끝내 실패했다. 하주석이 삼진으로 물러난 이후 최진행이 병살타를 기록하며 한꺼번에 아웃카운트 2개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결국 병살타 3개에 얽매인 한화는 초반 흐름을 완전히 넘겨줬다.
사실상 마지막 찬스였던 8회말까지 병살이 추가됐다. 고전하던 이용찬이 물러나고 두산의 투수가 이현승으로 교체됐다. 선두타자 이용규가 이현승을 상대로 안타를 치고 나갔지만, 다음타자 정근우의 6-4-3 병살타가 또 하나 나오면서 분위기가 다시 고요해졌다. 9회에 어렵게 첫 득점을 냈지만 이미 승부를 뒤집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대전=나유리기자 youll@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