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수 1기생들이 29일 은퇴식을 치르고 한국 경마사의 뒤안길로 물러난다.
이들은 정식 교육 과정을 거쳐 기수를 양성하기 위해 지난 1971년 문을 연 기수양성소 1기생들로 무려 47년간 경마장을 지켜온 한국 경마의 산증인들이다.
이번 은퇴자는 올해로 만 63세가 된 정지은, 김양선 조교사와 2기생 가운데 최고령자인 양재철 조교사 등 4명.
기수양성소는 체계적인 교육을 통해 기수를 양성하기 위해 개설됐다.
그 전에는 조교사가 체구가 작은 사람들을 찾아 가르치고 마사회에서 치르는 시험을 거쳐 데뷔시켰다. 체계적인 교육도 필요하지만 체구가 왜소한 사람을 구하기가 쉽지 않았다. 기수가 되려면 체중이 49kg이하여야 하기 때문이다.
마사회는 기수양성소를 개설하면서 대대적으로 홍보, 후보생 20명을 선발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응모자 미달로 2차 추가모집까지 해서 16명을 선발, 입소시켰다.
마사회는 기수양성소를 '기수사관학교'로 운영했다. 교육도 군 훈련소처럼 엄격하고 강하게 시켰다. 내무생활을 하면서 점호도 취했다.
사관학교 생도들과 유사한 의복과 모자를 착용시켰다. 초등학생 정도의 작은 체구인 후보생들이 그 복장으로 외출 나와 시내를 당당하게 걷는 모습은, 너무 신기해 행인들의 시선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사람들은 기수양성소를 '마군사관학교'라 불렀다.
1기생 가운데 11명이 1년 후인 1972년 4월 교육을 수료하고 기수 면허를 취득, 데뷔했다. 그 11명 가운데 3명만 남아 이번에 은퇴하는 것이다.
한 직장을 47년간 지키기도 쉽지 않은데 냉혹한 승부의 세계인 '마판'에서 이처럼 기나긴 세월을 견뎌왔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이들이 데뷔하던 시절은 부정의 덫이 거미줄처럼 쳐져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 온갖 부정의 유혹과 협박, 폭력이 난무했다. 승부조작을 획책하는 조폭들이 마방까지 난입하기도 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살아남기도 어려웠다.
물론 건강문제나 개인적인 사정으로 떠난 이들도 있지만, 은퇴하는 조교사들은 거친 세파를 헤치며 기나긴 세월을 앞만 보고 달려왔다.
이들이 남긴 전적은 화려하다.
조교사협회장을 지낸 하재흥 조교사는 2005코리안더비 우승 등 대상경주 3관왕에 올랐던 '새벽동자'를 길러낸 것을 비롯, 대상경주 12승을 달성했고 통산전적 1만532전 937승, 2착 1011회를 기록했다.
김양선 조교사는 그랑프리 연승 기록(2008, 2009)을 세운 '동반의강자'를 길러내는 등 대상경주 10승을 달성했으며 통산 9086전 907승, 2착 912회의 전적을 남겼다.
또 정지은 조교사는 90년대 중후반 대상경주 4관왕의 금자탑을 쌓은 국내산무적의 명마 '당대제일'을 길러낸 명 조련사로 대상경주 7승을 이뤘고 통산 8496전 748승, 2착 856회를 기록했다.
양재철 조교사는 남보다 적은 관리마로도 끈질긴 승부근성을 발휘하면서 대상경주 3회 우승과 통산 6877전 550승, 2착 597회의 저력을 과시했다.
이들이 지켜온 투철한 직업의식과 책임감이 후배들에게 숭고한 귀감으로 남기를 경마계는 바라고 있다. 이들의 은퇴에 모든 경마팬들과 경마계는 뜨거운 박수를 보내줘야 할 것 같다.<전 스포츠조선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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