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웃는 남자'는 첫 장면부터 관객들을 압도한다. 태풍이 몰아치는 바다 한 가운데, 범죄집단 '콤프라치스코'에 의해 주인공 그윈플렌의 운명은 거친 파도에 내던져진다. 순식간에 폭풍우가 휘몰아치는 검은 바다로 변한 무대 앞에서 관객들은 이내 숨을 죽인다.
총 제작비 175억원이 투입된 대작답게 '웃는 남자'의 '물량 공세'는 상상을 초월한다. 빠른 무대전환을 따라 속속 등장하는 세트와 의상은 관객의 입을 떡 벌어지게 만든다. 풍랑이 이는 바다와 눈보라 치는 벌판, 왕족의 침실과 내실, 재미있게 형상화한 의사당, 그리고 17세기 영국 왕실의 화려한 의상에 이르기까지 잠시도 눈을 쉴 틈이 없다.
양적, 기술적 측면에서 '웃는 남자'는 '오페라의 유령'이나 '레미제라블'에 견주어도 조금도 손색이 없다. 사실 요즘 선보이는 브로드웨이 뮤지컬도 예산 사정 때문에 이렇게 '풍족하게' 만들지는 못한다. 이걸 한국의 제작진이, 그것도 초연 무대에서 별 흠없이 구현했다. 제작사인 EMK 엄홍현 프로듀서의 뚝심이 놀랍기만 하다.
1966년 임영웅 연출의 '살짜기 옵서예'를 기준으로 50여 년의 역사를 지닌 창작 뮤지컬은 소재면에서 크게 2개의 흐름으로 발전해왔다. 하나는 에이콤의 '명성황후'(1995)와 '영웅'(2009)으로 대표되는 '한국적인' 작품들이고, 다른 하나는 '웃는 남자'와 같이 외국 원작을 소재한 '글로벌한' 작품들이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2000)이 히트한 이후 본격적으로 시작된 '글로벌'의 계보는 "왜 외국이야기를 갖고 창작 뮤지컬을 만드느냐?"는 질타(?)에 간혹 시달리면서도 '셜록 홈즈'(2010)를 거쳐 대극장 작품인 '프랑켄슈타인'(2014), '마타하리'(2016) 등으로 역사를 이어왔고, 마침내 깊이 있는 서사를 담은 대작 '웃는 남자'를 탄생시켰다.
EMK는 위고의 걸작을 '부자의 천국은 가난한 자의 지옥'이라는 주제 아래 재구성한 뒤, 음악과 안무를 섞고, 세트와 의상을 배치하고, 재능있는 배우들을 기용해 6년에 걸쳐 완성했다. '종합예술 중의 종합예술'로 불리는 뮤지컬에서 월드 클래스급의 체계적인 제작 시스템과 능력을 갖추고 있음을 또렷이 입증했다.
하지만 무대의 힘이 '너무' 강력하다 보니 음악과 스토리가 상대적으로 약해보이는 것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강력한 음악과 탄탄한 스토리의 힘이 드라마를 이끌어가고 무대는 그것을 보완해야 하는데, '웃는 남자'는 마치 무대의 힘이 드라마를 이끌어가는 듯 하다. 먼저 주인공 그윈플린의 대척점에 있는 상대역이 여러 명으로 분산돼 있어 집중도가 떨어진 것이 눈에 띈다. 또 긴장의 이완을 위한 장치이겠으나 부자와 권력자들을 코믹 캐릭터로 묘사하는 바람에 작품의 주제인 빈부의 갈등이 극한으로 끌어올려지지는 않는다. 프랭크 와일드혼의 음악은 '조연'에 머문다.
10여 년전까지만 해도 한국의 프로듀서들은 "서양의 뮤지컬 문법과 테크닉을 좀더 배워야 한다"고 말하곤 했다. 허나 한국 뮤지컬이 이제 기술적으로는 월드클래스에 이르렀음을 '웃는 남자'는 입증했다.
이제 좀 더 욕심을 낼 때가 됐다. K-팝이 서양의 문법과 형식에 한국의 색깔, 스타일, 에너지를 담아 성공했듯이 K-뮤지컬도 '서양 뮤지컬을 서양 사람보다 더 잘 만든다'는 찬사를 넘어, 이제는 한국적 해석의 방식을 어떻게 세련되게 입혀야 할지 고민해야 한다.
김형중 기자 telos21@sportschosun.com
-
손승원, 실형 살고도 '5번째' 음주운전…재판 6일 전엔 무면허 운전까지 충격 -
유혜리, 이근희와 이혼 사유 폭로 "식칼 꽂고 회식 자리서 의자 던져" ('특종세상') -
김종민, 신지 결혼식 축의금 얼마했길래 "덕분에 돈 많이 벌어, 달라는 대로 줘야" -
이지혜, 첫째 딸에 프라다 옷 선물…둘째 딸 속상 "엄마는 나만 안 사랑해" -
"김밥 2알도 무서워" 고현정, 결국 직접 입 열었다…"고민하는 일 때문, 활기차고 건강해" -
한예리, '백상' 워스트 선정에 불쾌감 "내 드레스+숏컷 가장 예뻐, 꼭 무난할 필요 있냐" -
'타블로 딸' 16살 하루, 폭풍성장 근황.."엄청 크고, 말도 잘하더라"(에픽하이) -
화사, 사업가와 결별 후 전한 현실 연애관 "머리 감는 게 최고의 플러팅"
- 1."너를 때리는 건 내 권리다" 前 EPL 선수 충격 폭행 피해자 됐다, 가해자 택시 타고 도주 후 체포..."흉터 남기겠다고 협박"
- 2.'구단 첫 신인왕부터 우승까지' 잊지 않은 친정 기억…강백호도 '첫 방문 선물' 제대로 준비했다, "커피 1000잔 쏩니다"
- 3.다니엘 레비 깜짝 폭로! "英 왕세자, 토트넘 잔류 진심 바래"→"백만 년 지나도 강등 없을 것" 낙관
- 4.사사키+야마모토랑은 차원이 다릅니다! 투수 오타니 퍼펙트 그자체…타선 부진도 씻을 역투 'ERA 0.82'
- 5.깜짝 결단 임박! PSG 이강인과 결별 고려→'조연 역할 끝' AT 마드리드행 현실화…'알바레스와 스왑딜' 현실성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