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페넌트레이스 1위에 오른 KIA 타이거즈는 큰 어려움없이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다. 투타, 공수 모든 부문이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우승을 위해 작동했다. 에이스 양현종은 최고 피칭을 이어갔고, 외국인 선수 3명은 펄펄 날았다. FA(자유계약선수)로 영입한 최형우는 최고 4번 타자였고, 군 복무를 마치고 복귀한 안치홍 김선빈은 '커리어 하이'를 찍었다. 김민식 이명기 김세현 등을 트레이드를 통해 영입해 근육을 키웠고, 이범호 김주찬 등 기존 선수들이 제몫을 해준 가운데, 임기영같은 기대주가 꽃망울을 터트리며 힘이 됐다.
'동행'이라는 기치 아래, 타이거즈는 지난해 전력을 그대로 안고 시즌을 시작했다. 지난 시즌 아우라가 강렬했기에, 올해도 강력한 우승 후보로 평가됐다. 다만, 일부 야구인들은 지난해 전력의 100% 이상을 쏟아낸 KIA가, 2년 연속 풀가동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런데, 우려가 담긴 예상이 점차 현실로 나타났다. 향후 어떤 변화가 기다리고 있는 지 알 수 없지만, 최소한 전반기까지 타이거즈는 그랬다.
85경기에서 40승45패, 승률 4할7푼1리. 5위 넥센 히어로즈에 2.5경기 뒤진 6위로 전반기를 마쳤다. 선두권 경쟁은 다른 차원에서 벌어지는 일이고, 중위권 싸움에서도 힘이 달려 허덕인다. 시즌을 시작하면서 누구도 생각하지 못한 그림이다. 든든했던 버팀목이 흔들리고, 견고해보였던 둑 이곳저곳에 물이 샌다. 부상선수가 이어지고, 외국인 선수, 새 전력들이 힘이 많이 빠졌다. 체력관리가 필요한 베테랑 선수들을 온전한 전력으로 보기 어렵다. 팀 분위기까지 많이 가라앉은 모습이다.
전반기 마무리도 안 좋았다. 7월 7일 LG 트윈스전부터 최종전이었던 7월 12일 NC 다이노스전까지 5연패. 전반기 마지막 10경기에서 3승(7패)에 그쳤다. 전반기 마지막 5경기 팀 평균자책점 6.43, 팀 타율 2할6푼7리. 시즌 전체 성적을 밑도는 기록이다. 후반기에 반등의 모멘텀을 만들지 못한다면, 최악의 결과를 받아들 수도 있다. 자존심의 '마지노선'인 포스트 시즌 진출 실패다.
2009년 통합 우승 후 2010년 5위 추락. KIA 사람들이 생각하고 싶지 않은 악몽이다. 2001년 6월, 해태 타이거즈에서 KIA 타이거즈로 거듭난 후 감격의 첫 우승을 했지만, '아름다운 시절'은 오래가지 않았다. 요즘 불안하게 그 때 기억을 떠올리는 이들이 있을 것이다.
2000년부터 17년간 한국시리즈 우승팀이 다음해에 포스트 시즌에 실패한 사레는 3번 있었다. 2001년 우승팀 두산 베어스가 2002년 5위, 2004년 현대 유니콘스가 다음해 7위로 떨어졌다. 나머지 흑역사의 주인공은 타이거즈다.
어렵게 최고 자리에 오른다고 해도, 무너지는 건 한순간이다. 부자가 망해도 3년은 간다고 하는데, 어디까지나 쌓아둔 게 많았을 때 얘기다. 후반기 KIA는 어느 길을 따라갈까.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
◇한국시리즈 우승팀 및 다음해 성적
연도=우승팀=다음 시즌 순위
2000년 현대→3위
2001년 두산→5위★
2002년 삼성→4위
2003년 현대→1위
2004년 현대→7위★
2005년 삼성→1위
2006년 삼성→4위
2007년 SK→1위
2008년 SK→2위
2009년 KIA→5위★
2010년 SK→2위
2011년 삼성→1위
2012년 삼성→1위
2013년 삼성→1위
2014년 삼성→2위
2015년 두산→1위
2016년 두산→2위
2017년 KIA→
★포스트시즌 탈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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