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의 보직을 되찾을 수 있을까.
KIA 타이거즈는 투수들의 보직이 시즌 초반과는 달라졌다. 생각하지도 못했던 장면은 외국인 투수 팻 딘이 불펜 투수로 나서는 것과 마무리였던 김세현이 필승조가 아닌 추격조가 된 것.
자신의 원래 보직에서 부진해 다른 임무를 부여받았지만 최근 좋은 피칭을 하면서 다시 믿음을 쌓고 있다.
팻 딘은 전반기 동안 18경기(선발 17경기)에 등판해 2승5패, 평균자책점 6.22의 부진을 보였다. 김기태 감독이 계속 믿음을 줬지만 전반기 마지막 등판(7일 LG전 4⅓이닝 7실점)에서도 5이닝을 채우지 못했다.
결국 전반기를 마친 뒤 그를 불펜으로 보직을 바꾸기로 결정했다. 후반기에 구원투수로 나서 오히려 호투를 펼치며 팀 승리에 기여하고 있다.
첫 등판이었던 20일 광주 KT전에선 1이닝을 단 8개의 공으로 무안타 무실점으로 막고 행운의 승리투수가 됐다. 다음날인 21일 KT전에서도 1이닝을 1안타 무실점으로 처리하고 데뷔 첫 홀드를 기록. 지난 25일 대전 한화전에선 선발 황인준을 3회부터 구원해 6회까지 4이닝 동안 2안타 4탈삼진 무실점의 호투를 펼치며 또한번 구원승을 거뒀다. 3경기서 2승1홀드, 평균자책점 0.00을 기록.
김세현도 묵묵히 자신의 컨디션을 찾고 있다. 후반기 첫 경기인 18일 광주 삼성전에서 2이닝 동안 3안타 1실점으로 불안했지만 이후 3경기서는 무실점 행진 중이다. 19일 삼성전에서는 2이닝 동안 3안타를 맞았지만 무실점으로 막았고, 24일 대전 한화전서 1이닝 1안타 무실점을 기록했다. 26일 한화전서는 3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았다. 선발 임창용에 이어 5회말부터 등판했는데 이닝마다 주자를 내보냈지만 모두 병살타로 잡아내는 진기한 장면을 만들어냈다.
둘이 좋은 모습을 보여주면서 다시 원래 보직인 선발과 필승조로 가는 것 아니냐는 희망이 생기고 있다.
하지만 아직은 그런 결정을 내릴 시기는 아니다. 김 감독은 26일 경기를 앞두고 팻 딘의 보직 변경에 대해 "아직은 생각하지 않고 있다"라고 말했다. 팻 딘이 왼손 구원투수로 좋은 활약을 펼치며 팀 불펜진이 안정된 상태라서 또다시 구성을 흔들기가 쉽지 않다. 임기영이 부진으로 2군에 내려가고 선발로 올라온 임창용이 아직은 자리를 잡지 못해서 선발도 불안감이 있지만 현재의 불펜진을 흔들 경우 선발과 불펜 모두 흔들릴 수가 있다. 몇 경기만으로 결정하는 것도 섣부른 판단이 될 수도 있다.
현재 둘은 맡은 보직을 잘 수행하고 있다. 그것이 가장 중요한 체크포인트다. 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