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위 싸움, 꿈만 꿀 수 있던 게 아니네.
KT 위즈는 9위다. 1군 합류 후, 3년 연속 꼴찌를 하고 겨우 한 계단 올라간 것이다. 하지만 그냥 9위가 아니다. 눈 깜짝할 새에 '격이 다른' 9위가 됐다.
KT는 28일 수원케이티위즈파크에서 열린 LG 트윈스와의 경기에서 9회말 터진 김지열의 극적인 역전 결승 끝내기 홈런에 힘입어 11대10으로 승리했다. KT는 이날 승리로 LG에 2연승을 거두며 위닝시리즈를 확정지었다. 주중 넥센 히어로즈와의 3연전 2승1패 위닝시리즈에 이은 상승세다.
KT의 후반기가 심상치 않다. 후반기 개막에서 강팀으로 거듭난 한화 이글스를 만났는데 1패 뒤 2연승을 거뒀다. 이후 광주 원정에서 KIA 타이거즈에 2연패하며 주춤하는 듯 했지만, 3연전 마지막 경기에서 상대 에이스 양현종을 잡고 연패를 끊어 숨통을 틔웠다. 이 승리가 중요했다. 만약 졌다면 스윕패로 분위기가 확 가라앉을 뻔 했는데, 희망을 살리며 넥센-LG 상대 좋은 경기를 했다.
KT가 잘하는 것도 있지만, 중위권팀들이 못해주는 것도 KT를 기쁘게 한다. 특히, 5위를 달리는 넥센이 후반기 3승8패로 처지고 있다. 7위 KIA 타이거즈와 8위 롯데 자이언츠도 오락가락이다. 6위 삼성 라이온즈만 무서운 상승세다. 그러다보니 중위권 팀들과의 승차가 확 줄어들었다.
9위 KT와 5위 넥센의 승차는 3.5경기 뿐. 4위 LG와는 8경기 차이라 현실적으로 따라잡기가 쉽지 않지만, 넥센은 상황이 다르다. 순위는 4계단으로 차이가 크지만 3.5경기면 충분히 따라잡을 수 있는 승차다. 아직 시즌 종료까지 46경기나 남았다.
후반기 개막을 앞두고 넥센은 46승46패 승률 5할이었고, KT는 35승2무50패로 양팀 승차는 7.5경기나 됐다. 그 때는 크게 희망이 없어 보였다. 캡틴 박경수도 "순위를 떠나 60승 이상 하는 시즌을 만들고 싶다"는 소박한 목표를 밝혔었다. 하지만 지금 경기력이면 60승은 충분히 돌파가 가능하고, 조금만 더 집중하면 5위 싸움 참가도 가능할 듯 보인다. 현재 42승을 기록중이기에, 남은 46경기 18승만 해도 60승이다. 박경수가 목표를 수정해도 될 듯 하다.
KT는 시즌 중반까지 잘 버티다, 시즌 중후반 힘이 떨어지며 최하위로 추락하는 패턴이 지난 3년간 반복됐다. KT 구단과 김진욱 감독은 올시즌을 앞두고 탈꼴찌를 넘어 5강에 진입하겠다는 원대한 목표를 세웠었다. FA 대어 황재균을 영입하고, 외국인 선수 영입에도 300만달러가 넘는 돈을 썼다. 어렵지만 기회가 왔다. 야구는 흐름의 스포츠다. 분위가 올라왔을 때 이를 확 잡아야한다. 8월 중순 아시안게임 브레이크가 시작되기 때문에, 그 때까지 모든 걸 쏟아부어야 한다. 브레이크 이전 5위권 팀들과의 승차가 1~2경기 정도로 유지된다면, KT도 브레이크 후 마지막 승부수를 던져볼 수 있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