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에 근무하는 박모 과장이 최근 이사실에 결제 받으러 들어갔다가 겪은 일이다.
이사실이라고 하지만 별도 방으로 된 게 아니라 칸막이 방이어서 문틀을 두어번 두드리고 들어가게 돼 있었단다.
이사는 그때 책상위에 신문을 펼쳐놓고 부장과 붙어앉아서 들여다보고 있었다. 박과장이 들어가자 둘은 깜짝 놀라 신문을 얼른 덮으며 떨어졌다. 박과장은 개의치 않고 간단하게 보고하며 결재서류를 건네고 나왔다.
그로부터 며칠뒤 점심 식사하고 돌아오는데 다른 직원들이 들를 데가 있다며 뿔뿔이 흩어지는 바람에 부장과 둘만 남았다. 둘은 이런 얘기 저런 얘기 나누며 회사로 돌아오는데 부장이 물었다.
"박과장, 혹시 경마해?"
박과장은 뜬금없는 질문을 받고 잠시 어리둥절하다가 "경마요?" 하면서 부장의 얼굴을 쳐다봤다. 부장은 시선이 마주치자 피하기라도 하듯 아래로 내리는데 어딘지 머쓱해보였다. 박과장은 시치미 뚝 떼고 물었다.
"저는 그런 거 안 하는데, 왜요?"
"아니, 그냥…."
부장은 적당히 얼버무리고 애써 화제를 다른 쪽으로 돌렸다.
박과장이 곰곰 생각해보니 지난번 이사와 부장이 이마를 맞대다시피 하고 들여다보던 신문이 스포츠지였던 것 같다. 그리고 얼른 덮는 가운데 비쳐진 그들이 보던 페이지에는 무슨 도표가 많았던 게 출마표 같았다.
그렇다면 둘은 '경마 동지'가 틀림없는 것 같았다. 박과장이 경마를 한다면 그 사실을 눈치 챘을 것이어서 떠본 게 분명하다.
박과장 역시 '경마 동지'가 필요한 터이지만 주위 사람에게, 그것도 직속 상사에게 경마팬이라는 사실을 알리는 게 부담스러웠기에 시치미를 뗐던 것이다.
우리나라 경마팬들은 경마를 한다는 사실을 주위에 철저히 숨긴다.
반면 외국에선 경마가 대중화를 이룬 인기 스포츠이다. 홍콩의 경우 경마장 방면 전철 안에는 스포츠지나 예상지를 펼쳐들고 분석하는 경마팬들로 가득하다.
호주는 식당에서 식사하면서 출마표를 펼쳐놓고 분석하는 손님이 많다. 주인도 다가가서 함께 토론하기도 한다. 서양 경마국 대형 술집에는 마권 발매기가 설치돼 술도 즐기고 베팅도 즐기는 또다른 음주문화가 형성돼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경마를 한다면 이상한 눈으로 보는 사람들이 많다.
필자가 현직에 있을 때 경마장에 택시를 타고 가는 경우가 더러 있었다. "경마장 갑시다"고 말하면 기사가 일단 내 얼굴부터 살펴본다. 그리고는 고개를 돌리며 무슨 중독자나 인생 낙오자라도 만난 듯이 "자주 가세요?"라고 묻는다. 그 말 속에는 '안됐다'는 듯한 동정어린 투가 가득하게 느껴진다.
취재를 위해 가는 필자의 느낌이 이럴 진데 경마팬들의 마음은 어떨까 싶다. 경마를 하다가 아는 사람이라도 마주칠까봐 수시로 주변을 살피기도 한다.
그러나 그보다 더 한 것은 경마에서 겪은 희비를 분출할 데가 없다는 점이다. 경마에서 고배당에 적중해 두둑한 배당금을 받은 기쁨도, 간발의 차로 적중하지 못해 큰 배당을 놓친 아쉬음도 나눌 사람이 없는 것이다.
월요일 출근하면 쉬는 날 있었던 이야기를 많이 하게 된다. 놀이시설을 다녀온 사람은 수십만원 쓰고 왔다며 자랑스럽게 떠들지만 경마장에 가서 수십만원, 수백만원을 땄어도 말 한마디 못하는 게 경마팬들의 실정이다.
고배당 적중의 기쁨을, 아슬아슬하게 적중이 빗나간 아쉬움을 혼자 삭이지 못해 화장실에 들어앉아 키득거리거나 바닥을 치며 통탄해야 하는 길밖엔 없다.
경마장 가는 전철 안에서 스포츠신문이나 예상지 펼쳐들고 분석하는 용감한(?) 경마팬이 나오기는, 경마를 한다고 공개하며 떳떳이 경마를 즐기기는 요원한 일일까.
경마 인식 개선, 경마팬 인식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고 본다. 그것은 경마사업을 주관하는 마사회가 풀어나가야 할 마사회의 가장 큰 과제다. <전 스포츠조선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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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는 그때 책상위에 신문을 펼쳐놓고 부장과 붙어앉아서 들여다보고 있었다. 박과장이 들어가자 둘은 깜짝 놀라 신문을 얼른 덮으며 떨어졌다. 박과장은 개의치 않고 간단하게 보고하며 결재서류를 건네고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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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과장, 혹시 경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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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그런 거 안 하는데, 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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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장은 적당히 얼버무리고 애써 화제를 다른 쪽으로 돌렸다.
그렇다면 둘은 '경마 동지'가 틀림없는 것 같았다. 박과장이 경마를 한다면 그 사실을 눈치 챘을 것이어서 떠본 게 분명하다.
박과장 역시 '경마 동지'가 필요한 터이지만 주위 사람에게, 그것도 직속 상사에게 경마팬이라는 사실을 알리는 게 부담스러웠기에 시치미를 뗐던 것이다.
우리나라 경마팬들은 경마를 한다는 사실을 주위에 철저히 숨긴다.
반면 외국에선 경마가 대중화를 이룬 인기 스포츠이다. 홍콩의 경우 경마장 방면 전철 안에는 스포츠지나 예상지를 펼쳐들고 분석하는 경마팬들로 가득하다.
호주는 식당에서 식사하면서 출마표를 펼쳐놓고 분석하는 손님이 많다. 주인도 다가가서 함께 토론하기도 한다. 서양 경마국 대형 술집에는 마권 발매기가 설치돼 술도 즐기고 베팅도 즐기는 또다른 음주문화가 형성돼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경마를 한다면 이상한 눈으로 보는 사람들이 많다.
필자가 현직에 있을 때 경마장에 택시를 타고 가는 경우가 더러 있었다. "경마장 갑시다"고 말하면 기사가 일단 내 얼굴부터 살펴본다. 그리고는 고개를 돌리며 무슨 중독자나 인생 낙오자라도 만난 듯이 "자주 가세요?"라고 묻는다. 그 말 속에는 '안됐다'는 듯한 동정어린 투가 가득하게 느껴진다.
취재를 위해 가는 필자의 느낌이 이럴 진데 경마팬들의 마음은 어떨까 싶다. 경마를 하다가 아는 사람이라도 마주칠까봐 수시로 주변을 살피기도 한다.
그러나 그보다 더 한 것은 경마에서 겪은 희비를 분출할 데가 없다는 점이다. 경마에서 고배당에 적중해 두둑한 배당금을 받은 기쁨도, 간발의 차로 적중하지 못해 큰 배당을 놓친 아쉬음도 나눌 사람이 없는 것이다.
월요일 출근하면 쉬는 날 있었던 이야기를 많이 하게 된다. 놀이시설을 다녀온 사람은 수십만원 쓰고 왔다며 자랑스럽게 떠들지만 경마장에 가서 수십만원, 수백만원을 땄어도 말 한마디 못하는 게 경마팬들의 실정이다.
고배당 적중의 기쁨을, 아슬아슬하게 적중이 빗나간 아쉬움을 혼자 삭이지 못해 화장실에 들어앉아 키득거리거나 바닥을 치며 통탄해야 하는 길밖엔 없다.
경마장 가는 전철 안에서 스포츠신문이나 예상지 펼쳐들고 분석하는 용감한(?) 경마팬이 나오기는, 경마를 한다고 공개하며 떳떳이 경마를 즐기기는 요원한 일일까.
경마 인식 개선, 경마팬 인식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고 본다. 그것은 경마사업을 주관하는 마사회가 풀어나가야 할 마사회의 가장 큰 과제다. <전 스포츠조선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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