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이)승우가 모르고 했다고 하던가요?"
'독수리' 최용수 전 FC서울 감독의 목소리가 살짝 흔들렸다.
상황은 이렇다. 지난 1일 펼쳐진 대한민국과 일본의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 남자축구 결승전. 0-0으로 팽팽하던 연장 전반 3분 이승우(헬라스 베로나·이탈리아)가 통쾌한 골을 폭발시켰다. 한국의 아시안게임 2연패의 다리를 놓은 귀중한 골.
이승우는 골을 넣은 뒤 미리 구상한 듯 일본 골문 뒤쪽 광고판으로 뛰어올랐다. 그 순간 방송 중계를 하던 최 감독이 당황했고, 안방의 축구팬들은 폭소가 터졌다. 최 감독은 1998년 프랑스 월드컵 최종예선 카자흐스탄과의 1차전에서 똑같은 세리머니를 한 바 있다. 비록 최 감독은 광고판에 오르려다 넘어진 기억이 있지만, 이승우의 골 세리머니 덕분에 국민은 즐거운 추억을 떠올렸다. MBC에서 해설하던 안정환 위원도 절친 선배 최 감독의 세리머니가 생각난 듯 "떨어지지 않게 조심해야 합니다"라고 멘트를 날렸다.
반전이 있었다. 막상 광고판 위에 올라갔던 이승우는 최 감독의 세리머니였다는 것을 몰랐다는 점이다. 이승우는 8일 파주NFC(국가대표 트레이닝센터)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솔직히 최용수 감독님이 했던 세리머니라는 것을 몰랐어요. 나중에야 알았어요"라며 쑥스러운 듯 머리를 긁적였다.
최 감독은 당황스러움을 감추지 않았다. 그는 "승우가 제가 했던 것을 모르고 했다고 하던가요. 엄청 당황스럽네요"라며 허허 웃었다.
그러나 명확한 것은 이승우의 세리머니 덕분에 '레전드' 최 감독이 소환됐다는 사실이다. 최 감독은 "저는 해설을 하면서 선배들을 여럿 소환했는데, 승우 덕분에 저도 소환이 됐어요. 현장에서 그 장면을 지켜봤는데, 승우가 광고판 위에 올라갔을 때 동료들이 그를 잡아주더라고요. 그 점에서 우리가 '원 팀'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느꼈죠"라고 말했다.
후배를 향한 덕담도 빼놓지 않았다. 최 감독은 "승우가 국민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어요. 스타성이 있는 선수에요. 앞으로도 자신감을 갖고 더 좋은 모습을 보여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선수로 거듭났으면 합니다"라고 칭찬했다.
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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