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는…일단 타임입니다!"
2019 프로야구 신인선수들을 뽑는 드래프트의 현장. 선수 선발도 전략이다. 그리고 치열한 전쟁이나 다름없다. 앞선 픽에서 어떤 선수들이 뽑히는 지 관찰해야 하고, 그에 따라 기민하게 팀의 선발 전략을 수정해야 할 때도 있다. 지난 10일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 그랜드볼룸에서 벌어진 일이다.
순조롭게 진행되던 드래프트에서 첫 번째 '타임'이 나왔다. 3라운드가 막 진행되던 시점. 1~3번픽을 지닌 KT 위즈와 삼성 라이온즈, 한화 이글스가 술술 지명 선수의 이름을 말한 뒤다. 23명을 지나 24번째 이름이 넥센 히어로즈에 의해 불려져야 하는데, 여기서 넥센은 '타임'을 불렀다. 선발 전략에 뭔가 문제가 생긴 것일까. 장내에 잠시 긴장감이 흘렀다.
이윽고 침묵을 깨고 넥센은 개성고 출신 포수 주성원의 이름을 불렀다. 넥센 고형욱 단장은 "타임을 부른 건 따로 문제가 있어서는 아니다. 잠시 장내 분위기를 바꿔보려고 그랬다"며 말을 은근 슬쩍 돌렸다. 하지만 자신들이 뽑은 선수에 대한 확신은 강하게 드러냈다. 특히 넥센은 타임 이후 뽑은 주성원에게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선수가 지닌 기량도 기량이지만, 팀 사정상 주성원이 꼭 잘해줘야 할 이유가 있다.
현재 팀의 주전 포수 역할을 하고 있는 김재현(25)이 올 시즌 후 군 입대를 예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나이로 보면 한 두 해 더 뒤에 갈 수도 있지만, 굳이 그렇게 시간을 낭비할 이유가 없다. 빨리 군 문제를 해결하고 오면 그만큼 더 기량을 펼칠 수 있는 시간이 늘어난다. 넥센 구단 역시 김재현이 빨리 군문제를 해결하고 오기를 바라고 있다.
그런데 이렇게 되면 당장 내년 시즌이 불안해진다. 현재 팀 사정으로 보면 주효상(21)이 제1 포수가 되어줘야 한다. 김종덕(25)이 제2 백업포수로 뛸 수 있는데, 주성원이 여기에 경쟁자로 뛰어들 수 있다. 고졸 신인이긴 하지만 잠재력이 뛰어나 겨울 훈련을 잘 소화한다면 충분히 팀내 포수 구도에 긴장감을 불어넣을 만 하다. 경쟁 효과를 만드는 것 외에도 실제로 주성원이 출전기회를 얻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 만약 주성원이 내년 시즌 1군 무대에 오르게 된다면 넥센 스카우트팀의 '타임'은 성공적이었다고 평가할 수 있을 듯 하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