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록 경기 막판 허무한 마무리 실패로 빛이 바랬지만, 넥센 히어로즈 새 외국인 타자 제리 샌즈는 분명 희망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패배의 충격을 그나마 덜 수 있는 요소다. 샌즈가 이제부터라도 본격적으로 팀의 중심 타자 역할을 해준다면 넥센은 시즌 막판 4위 경쟁을 버텨낼 수도 있을 것 같다. 그 가능성이 지난 12일 잠실 LG전에 보였다.
샌즈는 이날 팀 승리의 영웅이 될 뻔했다. 9회말이 시작되기 전까지는 거의 확정적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3회초 LG 선발 타일러 윌슨을 상대로 비거리 135m의 대형 투런 홈런을 날린 데 이어 8회초에도 3-2에서 4-2를 만드는 적시타로 3타점을 쓸어 담았기 때문이다. 넥센이 9회말 폭투로 동점을 허용한 뒤 연장 10회말 끝내기타까지 내줘 지면서 샌즈의 이런 활약은 아쉽게 묻혀버렸다.
그러나 넥센 벤치나 동료들 그리고 샌즈 본인도 이날의 타격 결과에 대해 자신감을 갖게될 듯 하다. 특히나 샌즈가 투런 홈런과 1타점 적시타를 뽑아낸 상대가 바로 올 시즌 넥센을 상대로 '킬러'의 위용을 뽐낸 윌슨이었기 때문이다. 윌슨은 이날 경기 전까지 넥센전에 2번 선발 등판해 2승에 평균자책점 1.20으로 엄청난 위력을 과시하던 투수다. 정교한 제구력과 무브먼트가 심한 변화구를 여러개 갖고 있어 다른 팀 타자들도 윌슨을 쉽게 공략하지 못했다.
그런데 샌즈가 그런 윌슨의 변화구를 편안하게 받아 쳤다. 두 가지 관점에서 해석할 수 있다. 하나는 넥센 전력 분석과 배팅 연습의 승리일 수 있다. 하지만 샌즈를 제외하고 다른 타자들이 그렇게 썩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해 이 관점은 설득력이 약하다.
두 번째는 바로 샌즈 본인의 타격 밸런스가 향상된 것. 오히려 이 관점이 더 설득력을 얻는다. 샌즈는 시즌 내내 부진했던 마이클 초이스를 퇴출하고 시즌 막판 넥센이 야심차게 영입한 대체선수다. 아시안게임 휴식기 직전에 합류해 곧바로 18일의 휴지기를 거쳤다. 이 과정에서 경기 감각이 다소 떨어진 측면이 있었다. 그러나 경기 출전을 거듭할 수록 타격이 살아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LG전은 바로 그런 샌즈의 진가가 드디어 빛을 발한 장면이다. 샌즈의 활약은 넥센에 큰 힘이 될 수 있다. 특히 홀로 견제받는 박병호에게 보탬이 된다. 앞으로 샌즈의 활약이 더욱 필요한 이유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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