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들의 강한 믿음을 바탕으로 운영돼야 할 조직인 경찰청의 신뢰가 바닥에 떨어졌다.
지난 14일 경찰대학은 아산무궁화축구단에 올 시즌 충원 불가 공문을 발송했다.(스포츠조선 9월 14일 단독 보도) 프로축구연맹 관계자는 19일 아산으로 내려가 경찰대학 관계자와 만남을 가졌지만 경찰청의 변함없는 입장만 확인한 채 돌아왔다.
축구 팬들이 분노하는 부분은 경찰청의 독단적 결정이다. 경찰청은 명백하게 공식 절차를 무시했다. 연맹은 사안을 원만하게 해결하기 위해 지난 8월 민갑룡 신임 경찰청장과의 면담을 요청했지만 외면당했다. 경찰청의 프로축구 경시 마인드는 지난 11일 명백히 드러났다. 축구단에 엄연히 구단주(아산시장)와 단장이 존재하는데도 고위관계자 미팅 없이 이런 중차대한 사안을 전화 한 통으로 끝내버렸다. 일방적 통보였다. '갑질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이유다.
정당한 해산 절차가 깡그리 무시됐다. 아산축구단 창단 당시 경찰대학-아산시-연맹의 3자간 운영협약서가 체결됐다. 그 협약서에는 '충원 불가와 같은 경찰축구단 운영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경우 사전에 3자 협의를 통해 조율한다'고 명시돼 있다. 그러나 정작 이번 사태 속에서 협약서는 그야말로 쓸모 없는 종이조각에 불과했다. 연맹 관계자는 "아무런 사전 조율 없이 일방적으로 선수 선발 중단 통보에 황당할 뿐"이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더 이해가 가지 않는 건 하루 아침에 말이 바뀐 경찰청의 의사결정 진행과정이다. 지난달 30일 오전까지만 해도 의경 홈페이지에는 경찰스포츠단 선수 선발 공고가 게시돼 있었다. 때문에 충원에 대한 한 치의 의구심이 없었던 연맹과 구단은 경찰청의 독단적 결정에 뒤통수를 맞을 수밖에 없었다.
앞뒤가 맞지 않는 논리에 축구계는 더욱 분노하고 있다. 의경제도 폐지는 단계적 정원 감축 계획 하에 진행된다. 부작용 최소화를 위한 조치다. 그러나 경찰청은 유독 경찰축구단 선수 선발에 대해서만 유예기간 없이 갑작스럽게 중단을 지시했다. 이는 '신뢰보호'라는 행정처분의 대원칙에도 위배된다.
독단적 결정에 따른 여러가지 후폭풍에 대한 고려도 전혀 없다. 2019시즌 14명의 선수만 남게되는 아산무궁화는 K리그2(2부 리그)에 참가할 수 없다. K리그 선수규정 제4조 제1항에는 '클럽별 등록선수 수는 최소 20명'으로 명시돼 있다. 리그의 안정성과 공정성이 심각하게 훼손될 수 있다.
갑작스러운 해산 결정이 이대로 이어진다면 경찰청은 한국축구를 망치게 될 것이다. 주세종 이명주 고무열 안현범 등 잔여 14명 선수들의 미래를 보장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군경팀 입대를 준비 중이던 만 27세 이하 선수들 상당수가 일반 사병으로 입대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엘리트 선수들의 기량 유지에 큰 장애가 발생하게 된다.
'도미노 현상'은 불 보듯 뻔하다. 아산무궁화 산하 유소년클럽(U-18, U-15, U-12)이 연쇄적으로 해체돼야 한다. 유소년 선수들의 진로에도 부작용이 미치기 마련이다.
이 사안을 두고 축구인들도 '나 몰라라' 하면 안된다. K리그 선수위원회, 구단 사단장들로 구성된 K리그 이사회, 국내 4대 프로스포츠를 지원하는 한국프로스포츠협회 등 축구 관련 단체들이 발벗고 선수 권익 보호를 위해 목소리를 내야 한다. 후배들을 위해 축구인들이 똘똘 뭉쳐 '갑질'에 대응해야 할 때다. 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