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미레이트스타디움(영국 런던)=이건 스포츠조선닷컴 기자]1대100이 아니어다. 1대, 적어도 5만5000이었다. 손흥민(토트넘)이 볼만 잡으면 에미레이트에 모인 5만5000여 아스널팬들은 야유를 보냈다. 그런 가운데 손흥민은 자신의 존재감을 보여줬다.
2일 영국 런던 에미레이트 스타디움. 아스널과 토트넘의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14라운드 경기가 열렸다. 자존심 대결이었다. 아스널과 토트넘은 북런던의 오랜 라이벌이다. 총 6골이 터졌다. 아스널이 토트넘을 4대2로 눌렀다.
아스널 홈팬들의 적은 '손흥민'이었다. 1-1로 맞선 전반 32분이었다. 손흥민은 스피드를 붙이며 아스널의 골문 안으로 진입했다. 롭 홀딩이 달려와 태클했다. 손흥민은 홀딩의 태클에 걸려 넘어졌다. 주심은 단호하게 페널티킥을 선언했다. 전반 34분 케인이 골로 연결했다.
이때부터였다. 5만5000여 아스널 팬들은 손흥민이 볼만 잡으면 야유를 퍼부었다. 손흥민이 다이빙을 했다고 판단했다. 그 외에도 이날 손흥민은 좋은 모습을 보였다. 스피드와 개인기를 앞세운 돌파, 자신감 넘치는 슈팅까지. 손흥민은 토트넘의 공격 중심이었다. 자신들이 지고 있는 이유가 손흥민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그러자 경기장을 찾은 4000여 토트넘 팬들이 응원군으로 나섰다. 손흥민에게 야유가 집중되던 후반 초반이었다. 손흥민의 응원가를 부르며 힘을 실어줬다.
아스널은 후반 들어 역전에 성공했다. 이기고 있었지만 손흥민을 향한 야유는 멈추지 않았다. 후반 34분 손흥민이 교체아웃될 때에도 야유가 쏟아졌다.
경기 종료 후에도 마찬가지였다. 벤치에 있던 손흥민은 선수들과 인사하기 위해 피치로 나왔다. 토트넘 동료들 그리고 아스널 선수들과도 인사했다. 레버쿠젠 시절 함께 뛰었던 레노와는 담소도 나눴다. 그 때 아스널 수비수 소크라티스가 다가왔다. 그는 손흥민에게 말을 건 뒤 손으로 다이빙을 하는 제스처를 취했다. 손흥민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선수들과 인사를 하고 라커룸으로 들어갈 때 아스널 팬들은 다시 손흥민을 향해 야유를 퍼부었다.
손흥민의 다이빙 논란에 대해 영국 언론들의 평가는 나뉜다. 스카이스포츠는 페널티킥이 맞다고 보도했다. BBC 해설자인 브래들리 앨런은 "큰 접촉이 있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아스널에 가혹한 판정이다"면서 판정에 의문을 제기했다. 그러나 정작 밤에 방영된 BBC의 하이라이트 프로그램 매치오브더데이(MOTD)에서는 별다른 평가가 없었다. MOTD는 경기 중 민감한 판정에 대해서는 항상 평가를 내리곤 한다. MOTD가 별다른 말이 없었다는 것은 판정에 문제가 없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로 MOTD는 토트넘과 리버풀의 경기에서 손흥민이 슈팅하다 수비수에게 걸려넘어졌을 때 '페널티킥을 줬어야 한다'고 판정한 바 있다.
손흥민은 경기 후 "내가 뛰는 속도가 빨랐다. 그래서 터치가 있었고 넘어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저는 다이빙을 하는 선수가 아니에요"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