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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어로즈맨 이지영, 다시 전성기를 노래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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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당황스러웠죠. 하지만 다시 기회가 많아지게 되니까…"

지난 8일 서울 시내 한 예식장에서 포수 이지영(32)과 마주쳤다. 친한 후배인 두산 베어스 내야수 허경민의 결혼식을 축하하기 위해 말쑥한 정장 차림으로 서울에 올라온 것이었다. 이날의 주인공은 허경민이었지만, 이지영 또한 동료 선후배들의 관심을 제법 끌었다. 바로 전날 KBO리그 사상 첫 삼각 트레이드의 주역이었기 때문이다. 넥센 히어로즈와 SK 와이번스, 삼성 라이온즈가 참여한 이 트레이드를 통해 이지영은 삼성을 떠나 히어로즈에 새 둥지를 틀게 됐다.

평생 몸담을 것이라 생각했던 팀을 하루아침에 떠나게 된 사실 때문인지 이지영은 아직도 어안이 벙벙한 듯한 표정을 지었다. 이지영은 경성대를 졸업하고 2008년 삼성 육성선수로 입단했다가 주전급 포수로 성장한 인물이다. 2009년 처음 1군 무대에서 23경기를 소화한 뒤 상무에 입대해 군복무를 마친 이지영은 제대 이후인 2012년부터 주전 포수 진갑용의 백업 역할을 하며 본격적으로 1군에 자리잡았다.

연차가 쌓일수록 출전기회도 늘어갔다. 2015~2016시즌에는 각각 124경기 129경기를 소화하며 삼성의 주전 포수로 맹활약했다. 그러나 올 시즌을 앞두고 삼성이 FA로 강민호(33)를 영입하며 입지가 다시 확 줄어들고 말았다. 강민호는 이지영보다 겨우 1살 많을 뿐이다. 그래서 강민호가 다치지 않는 한 이지영은 같은 팀에서는 계속 백업 역할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이런 현실을 잘 알고 있는 이지영은 "확실히 새 팀에서 출전기회는 전보다 많아질 것 같다"며 금세 긍정적인 자세를 보였다. 히어로즈가 이지영에게 기대하는 점보 바로 이러한 새로운 동기 부여에 따른 의욕적인 모습이다. 사실상 이번 삼각 트레이드를 주도하고 이끈 건 히어로즈였다. 주전포수 김재현의 군 입대로 내년 시즌 안방 공백이 우려됐기 때문이다. 주효상이 많이 성장했지만, 한 시즌 내내 팀을 이끌어나가기에는 아직 부족한 점이 있다. 이걸 커버해줄 수 있는 베테랑 포수가 필요했고, 구단은 오래전부터 소속팀 내 입지가 좁아진 이지영을 점찍고 있었다.

이지영은 안정적인 리드능력을 갖추고 있다. 타격도 2015~2016시즌에는 100안타-50타점 이상을 달성했다. 이때가 베스트의 모습이다. 이런 모습만 다시 재현해준다면 히어로즈의 2019시즌 안방은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될 듯 하다. 이지영은 "새로운 각오를 다지고 있다"고 했다. 환경의 변화를 통해 그가 새로운 전성기를 구가할 수 있을 지 주목된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