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너무 아쉬워요. 제가 더 잘했어야 하는데."(신유빈) "저도 많이 아쉬워요. 내년엔 우승할 겁니다."(조대성)
'대한민국 탁구의 희망' 조대성(16·대광고)-신유빈(14·수원 청명중)조가 최고 전통과 권위의 종합탁구선수권 시상대에서 반짝반짝 빛났다.
23일 오전 제주 사라봉체육관에서 열린 제72회 파나소닉 전국남녀종합탁구선수권 혼합복식 결승에서 조대성-신유빈조는 '2016년 케이프타운주니어세계선수권 챔피언조' 조승민(20)-김지호(19·이상 삼성생명)조에 2대3(12-10, 3-11, 11-3, 6-11, 8-11)으로 아쉽게 패했다. 내용면에선 밀리지 않은 팽팽한 승부였다. 마지막 5세트, 1-5로 밀린 스코어를 8-9까지 따라붙으며 '스무살 선배조'를 끈덕지게 괴롭혔다. 한국탁구의 희망을 확인하기에 충분한 무대였다. 최연소 결승 진출자, 조대성은 '코리아오픈 3관왕' 장우진(23·미래에셋 대우)과의 남자단식 우승 맞대결에서 0대4(7-11, 10-12, 7-11, 6-11)로 패했다. 2개의 준우승컵을 들어올렸다.
14세, 16세 중고 에이스가 선배를 뛰어넘는 눈부신 활약을 펼쳤다. 2004년생 신유빈은 다섯 살 때 SBS 예능프로그램 '스타킹'을 통해 '탁구신동'으로 이름을 알린 이후 폭풍성장을 거듭하며, 지난 벨기에 오픈에서 최연소 4강에 오른 여자탁구의 희망이다. 2002년생 왼손 에이스, 조대성은 탁구인들이 첫 손 꼽는 될성 부른 나무다. 초등학교 6학년 때 출전한 2014년 호프스대회 결승에서 2018년 그랜드파이널 우승자, 일본의 하리모토 도모카즈를 꺾었던 차세대 에이스다.
신유빈은 여자단식 16강에서 이번대회 우승자 '국가대표 에이스' 서효원을 괴롭혔다. 2세트를 먼저 따낸 후 4세트를 내주며 2대4로 역전패했지만 대등한 경기력으로 가능성을 입증했다. 실력파 후배들의 도전은 국대 선배들에게도 큰 자극제가 됐다. 서효원은 우승 후 인터뷰에서 "신유빈과의 16강전에서 고전한 후 몸이 풀리면서 컨디션이 올라왔다. 더 집중하게 됐다"고 했다. 남자단식 우승자 장우진 역시 "조대성과의 결승전을 앞두고 작은 제스처 하나까지 분석할 만큼 철저히 준비했다. 이겨야 본전인 대결인 만큼 부담감도 컸다"고 털어놨다.
둘이 합쳐 서른의 나이, 신유빈과 조대성은 실업 선배, 국가대표 선배들을 줄줄이 제치고 최연소 결승에 오르고도 아쉬움 가득한 표정이었다. 풀세트 접전끝에 선배조에 우승컵을 내주고 "아, 할 수 있었는데"를 연발했다. 신유빈은 "제가 마지막 그 볼을 더 잘 처리했어야 되는데, 대성이오빠가 잘 칠 수 있게 좋은 볼을 줬어야 하는데…"라며 자책했다. 조대성은 "아니다. 내가 더 잘했어야 한다"고 고개 저었다. 조대성은 대광중 3학년이던 지난해 톱랭커 이상수를 꺾고 남자단식 4강에 오르며 최연소 기록을 세웠다. "작년보다 더 좋은 성적"을 목표 삼고 출전한 이번 대회, 한계단 더 올라섰다. 최연소 결승행, 2종목 결승행 기록을 세웠다. 1947년 창설돼 72년째를 맞은 종합선수권에서 안재형 전 여자대표팀 감독이 1983년, 고3이던 18세(고3)때 우승한 적이 있지만 결승 진출은 조대성이 최연소다. 고등학교 때인 1985년 제39회 대회에서 혼합복식 우승컵을 들어올린 '서울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유남규(당시 17세)-현정화(당시 16세)의 최연소 결승행 기록을 33년만에 다시 썼다.
조대성은 2연속 4강행, 최연소 준우승 기록을 언급하자 "운이 좋았다"며 손사래쳤다. "내년에는 올해보다 더 나은 성적을 거두고 싶다. 우승할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다짐했다. 신유빈 역시 "1월 국가대표선발전에서 언니들과 좋은 경기를 하고 싶다. 우승을 목표로 열심히 노력하겠다"는 각오를 전했다. 새해에도 걸출한 10대들의 거센 도전은 계속된다. 내년 1월 충북 단양에서 열릴 헝가리세계선수권 파견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태극마크에 도전한다. 제주=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