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울루 벤투 A대표팀 감독은 웬만한 질문에는 덤덤했다. 하지만 손흥민(26·토트넘)의 빈자리를 묻는 질문에는 깊은 한숨이 먼저 나왔다.
2019년 아랍에미리트(UAE) 아시안컵에 출격하는 벤투호는 23일 새벽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결전지로 떠났다. 기성용(뉴캐슬) 이청용(보훔) 구자철(아우크스부르크) 등 해외파는 26일 현지 합류 예정이다.
비교적 순조로운 준비과정. 하지만 변수가 있다. '에이스' 손흥민의 부재다. 대한축구협회와 토트넘은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 손흥민 차출 시 11월 A대표팀 경기 및 아시안컵 1~2차전 제외 조건을 달았다. 이에 따라 손흥민은 다음달 14일 홈에서 맨유와의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경기 뒤 대표팀에 합류한다. 아시안컵 필리핀(7일), 키르기스스탄(12일)과의 경기에는 나서지 못한다.
벤투 감독은 아쉬운 마음을 감추지 않았다. 그는 22일 출국 기자회견에서 "다들 알다시피 손흥민은 결정적인 차이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중요한 선수다. 하지만 소집 시기는 내가 부임하기 전에 결정된 것이다. 이제 와서 바꿀 수는 없다"고 말했다.
말 그대로다. 손흥민은 한국 축구의 핵심이다. 폭발적인 스피드와 빼어난 결정력으로 공격을 이끈다. 벤투호의 주장으로 팀의 중심을 잡는다. 끝이 아니다. 그라운드 위에 서 있는 것 만으로 상대에 엄청난 압박감을 준다. 아시안게임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김은중 23세 이하 대표팀 코치는 "손흥민의 존재감이 매우 크다. 상대가 손흥민을 막기 위해 2~3명의 수비수를 붙인다. 이 과정에서 우리팀에 또 다른 공격 기회가 생긴다. 손흥민이라는 선수의 해결사 본능도 빼어나지만, 손흥민을 활용해 다른 플레이를 만드는 것도 큰 무기"라고 말했다.
한 가지 위안은 대결 상대와의 객관적 실력 차이다. 한국은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53위로 필리핀(116위), 키르기스스탄(91위)보다 우위에 있다. 하지만 공은 둥글다. 방심은 금물이다.
벤투 감독은 "지금 확실한 것은 손흥민이 조별리그 두 경기에 나서지 못한다는 것이다. 손흥민 없이 두 경기를 어떻게 운영할지 고민해야 한다"고 경계심을 드러냈다.
그는 "두 가지를 고려해야 한다. 하나는 우리의 스타일을 유지하는 것, 두 번째는 상대를 존중하는 것이다. 상대의 스타일에 맞춰 세부적인 것에서 변화를 줄 예정"이라고 말했다. 특히 공격 만큼이나 수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벤투 감독은 "상대가 우리팀을 상대로 밀집수비를 활용할 가능성이 있다. 우리의 플레이 스타일을 유지하는 게 우선이다. 최선을 다해 공격적으로 해야한다. 하지만 큰 대회에서는 공격 만큼이나 수비가 중요하다. 그것을 고려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한편, 벤투호는 열흘 간 아부다비에서 적응 훈련을 진행한 뒤 경기가 펼쳐지는 두바이로 이동한다. 59년 만에 아시안컵 우승에 도전하는 한국은 필리핀, 키르기스스탄, 중국(16일)과 격돌한다. 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