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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부다비 이슈]이라크전 역전패, 정말 박항서 감독의 용병술 때문이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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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부다비(아랍에미리트)=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기류가 이상하게 흐르고 있다.

아랍에미리트 현장에서는 분명 칭찬의 목소리가 더 컸는데, 베트남 현지에서는 다른 반응이 나오고 있다. 베트남은 8일(한국시각)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 자예드 스포츠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이라크와의 2019년 UAE아시안컵 조별리그 D조 1차전에서 후반 추가시간 프리킥 골을 내주며 2대3 통한의 역전패를 당했다. 동남아시아 4개국이 개최한 2007년 대회 이후 12년만에 아시안컵 본선에 오른 국제축구연맹(FIFA)랭킹 100위의 베트남은 첫 판에서 FIFA랭킹 88위 '중동의 복병' 이라크를 상대로 좋은 경기를 펼쳤지만, 마지막 순간 다잡았던 승점을 놓쳤다.

분명 베트남의 선전이었다. 선제골을 넣었고, 다시 리드를 잡는 골까지 넣었다. 역전패를 아쉬웠지만, 그렇다고 비판 받을 경기는 아니었다. 실제 경기가 끝난 후 베트남 팬들은 선수들과 코칭스태프들에게 박수를 아끼지 않았고, 경기 후 기자회견장에 온 베트남 언론도 박항서 감독에게 엄지를 치켜올렸다.

하지만 베트남 언론 '징'은 9일 '베트남 BLV의 해설자 쯔엉 안 은고그가 박항서 감독의 경기 운영이 너무 소극적이었다고 평가했다'고 보도했다. 은고그는 "이라크가 스리츠코 카테나치 감독이 새롭게 팀을 만들고 있는 상황에서 수준이 높다고 볼 수는 없다. 베트남은 잠재력이 매우 좋은 팀인데 아직까지는 폭발시키지 못하고 있다"고 평가하며, 후반전 박 감독의 전술 운용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은고그는 "날카로운 교체가 경기 결과를 갈랐다. 베트남이 불운했던 것은 맞지만 객관적으로 봤을 때 박항서 감독은 빠른 판단이 필요한 상황에서 완전히 소극적이었다"고 비판했다. 이어 "박항서 감독이 왜 그렇게 느리게 반응했는지 모르겠다. 파라이가 들어오면서 쯔엉을 불러들여야 했지만 10분이 지나서야 깨닫고 교체 결정을 했지만 늦어도 너무 늦었다. 카타네치 감독이 훨씬 더 능력 있었다는 걸 보여주는 장면이다"라고 덧붙였다.

은고그의 말대로 정말 패배는 박 감독의 책임일까.

박 감독은 이날 수비적인 라인업을 꺼내들었다. 한수위의 팀을 상대하는 만큼 당연한 선택이었다. 5-4-1 전술을 가동했다. 콩푸엉을 최전방에 배치하고, 판둑, 홍중, 쯔엉, 꽝하이를 미드필드로 내세웠다. 홍주이, 주이만, 응옥하이, 티엔중, 트룽호앙이 파이브백을 만들었고, 골키퍼 장갑은 반램이 꼈다. 선수비 후역습이 베트남의 주 전략이었다.

박 감독의 선택은 멋지게 맞아떨어졌다. 이날 현장에서 보며 인상적이었던 것은 역습 과정이었다. 굉장히 트렌디 했다. 후방으로 때려놓고 스피드와 개인 능력이 있는 공격수들을 최대한 활용했다. 흡사 2018년 러시아월드컵 우승 당시 프랑스와 비슷한 전술이었다. 이는 대단히 효과적이었다. 베트남 미드필더와 수비수들은 볼을 잡으면 빠르게 앞으로 볼을 보냈고, 콩푸엉-판둑-꽝하이 삼각편대는 함께 올라가 이라크의 수비를 괴롭혔다. 속도와 기술을 갖춘 이 트리오는 대단히 위력적이었다. 전술 소화 능력도 좋았다. 셋은 돌아가며 뒷공간을 침투하며 이라크의 수비를 흔들었다. 두 골도 모두 이 세 선수의 침투 과정에서 나왔다.

문제는 전략이 아닌 체력이었다. 후반 베트남의 발은 눈에 띄게 무뎌졌다. 박 감독은 첫번째 교체 카드로 콩푸엉을 택했다. 가장 위협적인 공격수였지만, 박 감독 전술에서 뛰지 못하는 공격수는 의미가 없었다. 물론 은고그의 말대로 상대 벤치의 변화에 대항한 박 감독의 판단이 늦었을 수 있지만, 적어도 당시에 베트남은 리드를 잡고 있었다. 베트남의 목표가 지지 않는 것이었기 때문에, 개인 역량 보다 조직이 중요한 미드필드진에 선뜻 손을 대기란 쉽지 않은 결정이다. 박 감독은 동점골 이후 쯔엉 등을 제외하고 미드필드진에 변화를 줬다.

베트남은 마지막까지 상대 공격을 잘 막았지만, 마지막 프리킥 한방에 무너졌다. 아드난이 너무 잘 찬 볼이었다. 박 감독도 어쩔 수가 없는 부분이었다. 적어도 현장에서 직접 본 결과, 이라크전 역전패는 불운이었다. 박 감독도, 베트남도 할 수 있는 것을 다했다. 아무도 '누구'의 탓을 할 수 없는 그런 경기였다. 그래서 베트남 현지의 반응이 의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