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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투호의 특명, 떨어진 템포를 올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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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아인(아랍에미리트)=박찬준 기자]필리핀전 졸전의 또 다른 이유는 템포였다.

공격 템포가 너무 떨어졌다. 아무리 필리핀이 약체라 하더라도 이미 정돈된 수비를 뚫기란 쉽지 않다. 벤투 감독은 필리핀전에서 구자철(아우크스부르크)-기성용(뉴캐슬)-정우영(알사드)을 삼각형 형태로 중앙에 포진시켰다. 세 선수는 기술과 패싱력 등 다양한 장점을 가졌지만, 스피드에 문제가 있다. 그런 세 선수가 동시에 뛰다보니 중앙에서 속도를 올리지 못했다. 기대했던 연계도 무뎠다. 상대 수비를 흔들만한 빠른 공격은 나오지 않았고, 무의미한 볼 돌리기만이 반복됐다.

12일(한국시각) 아랍에미리트(UAE) 알아인 하자빈 자예드 스타디움에서 열리는 키르기스스탄과의 2019년 UAE 아시안컵 조별리그 C조 2차전의 키워드는 대승이다. 필리핀과의 첫 경기에서 단 한골을 넣는데 그쳤기 때문에 조 1위를 위해서라도 반드시 대승이 필요하다. 전제조건은 역시 템포다. 상대는 뒤로 물러설 것이 뻔하다. 키르기스스탄은 필리핀과 달리 체격과 높이까지 갖춘 팀이다. 이런 팀이 뒤에 진을 치면 더욱 공간이 없다. 상대가 정비하기 전, 흔들 수 있는 빠른 템포의 공격이 펼쳐져야 한다.

벤투호는 기본적으로 공격시 좌우 윙백을 위로 끌어올리고 중앙은 컴팩트한 형태를 만든다. 측면까지 볼을 정학하게 보내는 것이 관건이다. 기성용의 파트너로 수비력이 좋은 미드필더 대신 패스가 좋은 정우영을 선호하는 이유다. 전에는 기성용과 정우영이 부족한 속도를 남태희(알 두하일)로 메웠다. 스피드와 드리블 능력이 좋은 남태희는 역습 시 팀의 속도를 높이는 역할을 했다. 마무리에서의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벤투 감독의 총애를 받은 이유다.

다시 필리핀전으로 돌아가보자. 문제는 구자철과 정우영이었다. 구자철은 순간적인 턴과 재치 있는 패스로 차이를 만들 수 있는 선수지만, 밀집수비 안에서는 제대로 되지 않았다. 그렇다고 남태희 처럼 역습의 선봉에 설수도 없었다. 정우영은 기성용과 비슷한 유형이지만, 기성용만큼의 정확성이나 창의성을 갖고 있지 않다. 기성용 한명으로 충분한데, 그런 역할을 하는 선수가 두 명 더 있는 셈이었다. 팀 전체가 느리게 돌아갈 수 밖에 없었다. 공격의 주 루트인 좌우 윙백마저 부진했던만큼, 이들을 제외하고 더 공격적인 선수를 넣어야 했다. 실제 구자철 대신 이청용(보훔) 투입 후 경기 흐름이 바뀌었다.

템포를 올리기 위해서는 선수 변화가 필수다. 분위기도 그렇게 흐르고 있다. 일단 기성용이 부상으로 뛸 수 없다. 그는 필리핀전에서 오른 햄스트링이 손상됐다. 검사 결과 일주일 정도의 휴식과 치료가 필요하다. 황인범(대전)의 출격이 유력하다. 황인범은 기성용과는 다른 형태로 공격을 푼다. 긴패스보다는 짧은 패스에 능하고, 불을 받으러 부지런히 움직이는 스타일이다. 왼쪽에서 부진했던 김진수(전북) 대신 홍 철(수원)의 복귀가 유력해 보인다. 홍 철은 공격적인 측면에서 날카로움을 줄 수 있는 선수다. 구자철의 자리가 아직도 유동적인데 일단 필리핀전에서 날카로운 모습을 보인 이청용이 유력 후보로 떠오르고 있다.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