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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투호 진단]어떻게 '손'을 써야 할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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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부다비(아랍에미리트)=박찬준 기자]도돌이표 같다.

결국 또 다시 손흥민(토트넘) 딜레마다. 벤투호는 카타르에 패하며 아시안컵 우승에 실패했다. 그 어느때보다 기대가 컸다. 파울루 벤투 감독 부임 후 벤투식 축구가 빠르게 녹아내렸고,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 금메달 주역들이 가세하며 팀에 활기를 더했다. 무엇보다 우리에게는 '월드클래스' 손흥민이 있었다.

손흥민은 의심할 여지없는 아시아 최고의 선수다. 손흥민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도 정상급 공격수로 평가받는다. 선수 가치의 척도인 몸값에서도 이번 대회에 참가한 선수들 중 압도적인 1위였다. 2~4위를 합친 것보다도 높았다. 손흥민을 보유한 한국은 우승후보 1순위로 평가받았다.

하지만 결과는 충격적인 8강 탈락이었다. 손흥민은 단 1골도 넣지 못했다. 첫 경기였던 중국전을 제외하고 이렇다할 활약을 보이지 못했다. 사실 가장 큰 문제는 체력이었다. 손흥민은 11월 A매치 기간 휴식을 취한 뒤 지난해 11월25일 첼시전부터 53일 동안 무려 15경기를 소화했다. 맨유와의 경기를 치르자마자 14일 바로 결전지인 아랍에미리트에 합류한 손흥민은 단 이틀 뒤 중국전에 나섰다.

중국전 맹활약으로 혹사 논란을 씻은 손흥민은 이후 바레인과의 16강전, 카타르와의 8강전에 모두 나섰지만,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손흥민은 카타르전 이후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을 상당히 꺼려한다. 와서 몸상태가 좋았던 적이 없었다. 잠도 잘 못 잤다. 잘 잘려고 해도 그런 부분이 안타까웠다. 더 잘했어야 했다. 경기장에서 체력적인 부분이 문제였다"고 고백했다. 실제 손흥민은 카타르전에서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지 못했다.

하지만 체력만으로 손흥민의 부진을 모두 설명할 수는 없다. 벤투호 역시 손흥민 딜레마를 해결하지 못한 모습이다. 손흥민 딜레마는 한국축구의 가장 큰 문제이기도 하다. 토트넘에서 펄펄 나는 손흥민은 대표팀만 오면 작아졌다. 그간 대표팀 감독마다 손흥민의 능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방법을 강구했지만, 해법을 찾지 못했다.

이번 대회도 마찬가지다. 벤투 감독은 중국전에서 손흥민을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로 기용했다. 그간 주로 왼쪽 윙어로 나선 손흥민은 중앙으로 이동 뒤 맹활약을 펼쳤다. 손흥민의 스피드와 패스가 중심이 된 벤투호는 전체적인 템포가 빨라졌다. 한국은 아시안컵 들어 가장 좋은 경기력을 보였다. 하지만 이어 바레인전에서는 중앙 포진이 오히려 독이 됐다. 너무 아래쪽에서 볼을 받다보니 손흥민의 속도를 살리지 못했다. 카타르전에서는 측면으로 이동했지만, 경기 지배력이 눈에 띄게 떨어졌다.

스포츠 전문 방송 ESPN은 손흥민의 부진에 대해 흥미로운 분석을 내놓았다. ESPN은 '과거 한국의 에이스였던 박지성은 그가 가장 잘하는 것, 즉 열심히 뛰고 모범을 보이는 것을 했다'며 '손흥민은 다른 특성을 지닌 선수다. 그는 자신을 압박하는 것 같다. 한국을 위해 종종 너무 많은 것을 하려 하고, 너무 많이 뛰려 하고, 너무 많이 드리블을 하려고 한다'고 했다. 벤투식 축구에서 손흥민은 해결사 보다는 조력자에 가깝다. 경기를 만들고, 풀어나가는데 초점을 맞춘다. '센트럴 손'에서는 이 부분이 너무 강조됐다.

하지만 손흥민은 득점에 가장 특화된 선수다. 그가 정상급 공격수로 평가받는 이유는 연계도, 드리블도 아닌 득점력이다. 벤투 감독은 손흥민이 가장 잘하는 것을 할 수 있게, 보다 단순화시킬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위치, 전술 모두 새롭게 고민해야 한다. 손흥민이 살아야 한국축구도 살 수 있다.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