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의 선택은 존중받아야 한다. 옆에서 강요한다고 될 일이 아니다. 사람마다 판단 기준이 다르기 때문이다. 노경은(35)은 돈 대신 자존심을 택했다. 기어이 협상장을 박차고 나갔다. 롯데 자이언츠는 29일 이례적으로 노경은과의 FA협상 결렬, 계약포기를 선언했다.
노경은은 계약금 2억원 인상이 받아들여지지 않아 결별했다고 선언했다. 구단에 대한 애정, 팬들에 대한 사랑은 사실 선수들이 계약 전후에 늘 하는 말이다. 협상에 있어 최대 관건은 돈이다. 한데 노경은은 좀 특별하다. 2억원 때문에 3년 기준에 20억원이 넘는 큰 돈을 몽땅 포기했다.
롯데는 최초 2년계약안에서 2+1년 계약으로 한발 물러섰다. 대신 옵션을 강화했다. 노경은은 옵션이 12억원이라고 밝혔다. 옵션을 제외하고 계약금과 2년간 보전연봉을 모두 합하면 20억원이 넘는 돈이다. 최근 차갑게 식어버린 FA시장을 감안하면 그리 나쁘지 않은 조건이다.
포인트는 세 가지다. 노경은의 활약상(실력)과 옵션 세부 내용, 그리고 롯데 구단의 몹시 단호한 계약행태 배경이다.
노경은은 지난해 33경기에서 9승6패, 평균자책점 4.08, 132⅓이닝을 기록했다. 허물어진 롯데 마운드를 떠받친 역할을 했다. 올시즌에도 양상문 감독은 노경은을 선발축 중 하나로 생각하고 있었다. 노경은은 롯데에서 세 시즌을 보냈다. 2016년에는 3승12패, 평균자책점 6.85. 2017년에는 9경기 출전에 그치며 2패 평균자책점 11.66. 두 시즌은 상당히 부진했다.
두산에서도 두 시즌(2012년 12승6패, 2013년 10승10패)을 제외하고는 늘 기대치 이하라는 평가를 받았다. 구위는 좋지만 새가슴이라는 꼬리표도 따라다녔다. 지난해 뒤늦게 선발투수로서 가능성을 보여줬다.
1년 활약을 바탕으로 호기롭게 FA선언을 했다. 지난해 성적이 아니었다면 롯데가 협상에 나서지도 않았을 것이다. 35세인 베테랑 선수의 반짝 활약을 어느 정도로 대우해 줘야 하느냐는 선수 입장과 구단 입장이 다를 수 밖에 없다.
롯데의 2+1년 20억원대 계약 제시 배경에는 노경은을 올시즌 선발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롯데 구단은 "자세한 옵션 세부사항은 언급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외부 취재로 확인한 바에 의하면 옵션은 선발 활약에 맞춰져 있다. 지난해 성적을 거뒀을 경우 80% 이상을 챙겨갈 수 있는 조건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옵션 최대치는 약간씩 상향조정된 부분이 있었다. 하지만 주축 선발이라면 누구나 10승-150이닝을 목표로 한다. 옵션을 모두 달성하지 못한다고 해도 지난해 성적 정도만 유지하면 3년 총액이 20억원선이었다. 노경은의 지난해 연봉은 1억원이다.
선수들은 대우로 보장받고 싶어하지만 구단 입장은 다르다. 이정도 성적 옵션을 충족하지 못하면 2+1년에 20억원대 계약은 실패로 규정될 수 밖에 없다. 연간으로 따지면 7억원 이상의 돈인데 10승 이하면 몸값을 다했다 보기 힘들다. 특히 전성기에서 꺾어지는 노장선수라면 더욱 그렇다. 이는 타구단 인식도 비슷하다.
롯데는 기준을 세워두고 단호하게 대처했다. 기존 선수들 계약도 있고,지난해 최준석 이우민의 경우에도 크게 흔들리지 않았다. 이대호, 손아섭 등 팀핵심 선수는 다른 얘기다.
현재로선 노경은에게 다른 대안이 보이진 않는다. 롯데에 다시 협상을 부탁하는 것은 노경은의 지난 행적으로 보면 가능성이 크지 않다. 노경은 주위 사람들은 그의 자존심이 대단하다고 입을 모은다.
다시 롯데와 협상을 한다해도 이전에 제시받았던 2+1년에 20억원대 계약은 물건너 갔다. 한 야구인은 "롯데는 현재로선 재협상 가능성을 열어두지 않고 있지만 만약 재협상이 성사된다고 해도 분명히 같은 금액을 제시하진 않을 것"이라고 했다. 몸값 후려치기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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