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쯤되면 구단의 존재 가치마저 의심을 받을 수밖에 없다.
NC 다이노스가 또 사고를 쳤다. 이번엔 '대형사고'다. 구단 직원이 불법 사설 도박에 손을 댔다. 그것도 선수단 사정을 훤히 꿰뚫고 있는 운영팀 매니저 신분으로 이같은 일을 벌인 것으로 드러나 적잖은 충격을 주고 있다.
프로스포츠 선수와 구단 직원들의 스포츠베팅은 엄격히 금지되어 있다. 국민체육진흥법 30조 제1항 및 제 2, 3항(체육진흥투표권의 구매제한 등)에는 스포츠토토 발행종목의 선수와 감독, 코치, 심판, 그리고 경기 주최단체의 임직원 등은 스포츠토토의 구매 또는 환급을 원천 금지하고, 체육진흥투표권의 구매, 알선 및 양도 받아선 안된다고 적시돼 있다. 이를 어길 경우 7년 이하 징역 또는 7000만원의 벌금에 처하게 되어 있다. 참가 자체가 금지된 스포츠베팅, 그것도 불법 사설 도박에 가담했다는 것 자체가 심각하게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다.
NC의 허술한 관리 시스템이 또 제기되고 있다. NC는 최근 수 년 동안 선수단 문제로 골머리를 썩었다. 지난 2016년 6월 프리미어12에서 태극마크를 달았던 투수 이태양이 승부조작에 가담한 사실이 드러나 충격을 줬다. 4개월 뒤 같은 혐의로 퇴출된 투수 이성민이 NC 시절이던 2013~2014시즌 승부조작에 가담했으나, 구단이 이를 알고도 타구단으로 트레이드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기도 했다. 또 이 해에 외국인 타자 에릭 테임즈가 음주운전으로 적발된 사실을 구단이 고의로 은폐해 파문이 일기도 했다. 2017년엔 히어로즈(현 키움)와 강윤구-김한별을 트레이드 하는 과정에서 이면 계약을 한 사실이 밝혀져 공개 사과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지난해 4월엔 전력분석원끼리 싸움을 벌여 퇴출되는 일까지 벌어졌다. 이번 사태까지 벌어지면서 구성원의 도덕적 해이가 극에 달했다는 비난을 면치 못하고 있다.
NC 관계자는 사건 발생 뒤 "해당 직원에게 직무정지 처분을 내렸으며, 27일 징계위원회를 열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해당 사실을 KBO 및 클린베이스볼 센터에 알렸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NC가 이번 사태를 사전에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은폐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지고 있다. KBO 류대환 사무총장은 "구단이 이런 내용을 미리 알고 있었는데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면 구단 역시 징계 대상"이라고 말했다. NC는 황순현 대표이사 명의로 입장문을 준비 중이다.
지난 시즌 창단 첫 꼴찌 멍에를 썼던 NC는 올 시즌을 앞두고 분위기 일신에 나섰다. 스토브리그에서 총액 125억원을 투자해 FA 최대어 양의지를 잡았다. 올 시즌 메이저리그 수준의 최신식 구장인 창원NC파크까지 개장하면서 KBO리그에 확실히 뿌리를 내릴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지난 23일 삼성 라이온즈와의 홈 개막전엔 김택진 구단주까지 시포자로 나서 팬들의 환호를 받았다. 하지만 이런 모기업의 노력과 달리 구단 내부에 만연한 도덕적 해이가 범법행위까지 이어지며 모든 노력은 수포로 돌아갔다.
창원=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