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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인왕 욕심 버렸다" 두산은 김대한을 어떻게 키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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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인왕 욕심이요? 원래는 있었는데 현실의 높은 벽을 깨달았어요"

두산 베어스를 상징하는 가장 대표적인 단어 중 하나가 바로 '화수분 야구'다. 기존 핵심 선수가 빠져나가도, 금방 그 자리를 대체하는 새로운 선수가 튀어나왔다는 뜻이다.

김태룡 단장은 "이제 화수분도 말랐다"며 자조섞인 농담을 하곤 하지만, 그래도 두산이 가지고있는 선수를 키워내는 힘은 여전히 강하다. 최근 내부 FA(자유계약선수) 가운데 팀의 핵심 멤버였던 김현수, 민병헌, 양의지가 빠졌어도 여전히 우승할 수 있는 전력을 갖춘 팀으로 평가받는다.

하지만 '화수분 야구'의 상징과도 같은 두산의 선수들은 대부분 시간을 들여 성장했다. 김재환, 박건우는 2군에서 7~8년씩 시간을 보내며 자신의 것을 확실히 정립한 후에 1군에서 제대로 된 기회를 받았고, 지금은 주전 유격수인 김재호도 입단 후 빠르게 병역을 해결한 후 백업부터 시작해 경험을 쌓아 자리를 잡았다. 지난해까지 주전 포수였던 양의지나 양의지 이적 이후 주전을 맡은 박세혁도 마찬가지다. 일찌감치 유망주로 꼽혔던 선수들이지만, 동시에 충분한 시간을 들여 실력을 쌓은 '준비된 인재'들이었다.

그런 면에서 올해 고졸 신인인 외야수 김대한은 기존의 '화수분' 육성법과는 조금 다를지도 모른다. 김대한은 비록 예상치 못한 부상으로 시작부터 함께하지는 못했지만, 1군 스프링캠프 명단에서 꾸준히 이름을 올렸다. 그리고 시범경기에 이어 개막전 엔트리까지 진입했다.

김대한은 2008년 정수빈 이후 10년만에 개막 엔트리에 합류한 두산의 고졸 신인으로 이름을 올렸다. 말 그대로 두산에서 고졸 신인이 처음부터 1군에서 기회를 받은 선수는 정수빈이 가장 최근이었다. 그만큼 대부분의 선수들이 2군에서 기량을 먼저 갈고 닦아 출발하지만, 김대한은 조금 다르게 시작했다. 잠재력을 인정받았다고 봐야 한다.

물론 김태형 감독은 23~24일 한화 이글스와의 개막 2연전에서 김대한을 선발로 내지는 않았다. 이미 김재환 정수빈 박건우로 이어지는 외야 주전이 확고한 두산이다. 김대한은 24일 한화전에서 두산이 크게 뒤지고 있는 경기 후반 교체 투입돼 한 타석을 소화했고 외야 뜬공으로 아웃됐다.

하지만 주전 경쟁보다 더 치열한 것이 바로 두산의 야수 백업 경쟁이다. 정진호 국해성 백동훈 김인태 등 백업으로 분류되는 선수들도 쟁쟁하다. 냉정하게 말하면 김대한은 개막전에 백동훈, 김인태를 제치고 엔트리에 포함된 셈이다. 굉장한 기회를 얻었다.

김태형 감독은 김대한 평가에 대해 아직 조심스러워하면서도 "좋은 것을 많이 가지고 있는 선수"라고 이야기했다. 당장 주전으로 기용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지만 두산에서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신인이 1군 출전 기회를 얻는 것만으로도 굉장히 이례적인 케이스임을 알 수 있다. 시즌을 치르다보면 2군을 오르내릴 수도 있지만, 김태형 감독은 일단 김대한에게 최대한 1군에서 많은 것을 경험할 수 있도록 기회를 줄 예정이다.

김대한도 "긴장도 되지만 타석에 서면 제 스윙을 하고, 매 순간 최선을 다하는 선수가 되겠다. 신인왕 욕심은 처음에는 있었는데 지금은 현실의 높은 벽을 깨달았다. 무조건 1군에만 오래 살아남고싶다"며 설렘과 긴장감이 묻어나는 시작 각오를 밝혔다.

오랜만에 1군에서 만나는 두산의 고졸 신인 야수. 김태형 감독의 육성법이 어떤 결말을 맺을지 기대가 된다.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