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지는 많아도 정답은 하나! '바로 이분들 모두'
토트넘 홋스퍼 '경사의 날'이다. 팀 창단 후 처음으로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챔피언스리그 준결승에 올랐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경사를 어떻게 행복하게 포장할 지 아는 팀이기도 하다. 품격 있는 아이디어로 팀에 영광을 안긴 선수들에게 찬사를 보냈다.
토트넘은 18일(한국시간) 영국 맨체스터 에티하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2019 UCL 8강 2차전에서 홈팀 맨체스터시티를 상대로 3대4로 일단 패했다. 그러나 1차전에서 1대0으로 이긴 덕분에 합산 스코어 4-4로 동률을 이뤘다. 여기서 '원정 다득점 원칙'이 적용됐다. 때문에 적지에서 무려 3골이나 넣은 토트넘이 4강 티켓을 따낸 것.
이제는 완전한 '월드 톱클래스' 반열에 오른 손흥민이 팀을 4강에 올린 1차 주역이었다. 손흥민은 전반에만 2골을 쏟아 부었다. 더불어 지난 1차전 때도 결승골을 넣어 이번 8강 1, 2차전에서 토트넘이 기록한 4골 중에 75%인 3골을 혼자 책임졌다. 명실상부 팀 에이스다. 다음으로는 페르난도 요렌테를 들 수 있다. 요렌테는 팀의 3점째를 올렸다. 이 골이 아니었다면 토트넘은 맨시티에게 1, 2차전 합산 3-4로 뒤지며 4강에 오르지 못할 뻔했다. 그 밖의 다른 멤버들 역시 최선의 활약을 펼쳤다.
객관적으로 따지면 손흥민이 명실상부 이 경기의 MVP다. 실제로 손흥민은 UEFA가 경기 후 공식 선정한 MOM(Man of the Match)은 바로 손흥민이었다. UEFA는 손흥민에 대해 "손흥민의 두 번째 골은 자기 자신과 클럽에게 매우 중요했다. 손흥민이 토트넘을 4강으로 인도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이런 공식 평가와는 달리 토트넘은 색다른 방식으로 이날의 'MOM' 에 대해 접근했다. 결론은 이렇다. '(그라운드에서 뛴) 모두가 MOM!'.
원래 토트넘은 매 경기 후 공식 SNS 계정을 통해 MOM 팬 투표를 진행한다. 팬들이 직접 뽑은 MOM이라는 데 의의가 있다. 하지만 UCL 8강 2차전 직후 올라온 설문은 이전과 달랐다. 경기를 이기고 서로 포옹하고 있는 선수들의 사진을 올린 뒤 '누가 오늘 당신의 MOM 인가'라는 설문까지는 전과 유사했다. 하지만 이 설문에 답하기려고 하다가는 잠시 당황하게 될 수 밖에 없다.
정답이 없기 때문이다. 선택지 1번부터 4번까지 동일한 선수 이름이 올라와있기 때문. 바로 'Everyone'이라는 선수. '이날 맨시티전에 갑자기 나와 맹활약한 토트넘의 비밀 병기'는 당연히 아니다. 이날 그라운드에서 땀을 흘린 모든 토트넘 선수들을 뜻한다. 넓게 보면 코칭스태프와 열정적으로 응원한 서포터즈까지도 포괄한 개념일 수 있다. 결국 토트넘은 이날의 영광을 어느 한 명에게 몰아주기보다 팀 구성원 모두가 행복하게 나누는 지혜를 내놓은 것이다. 당연히 팬들의 반응도 호의적일 수 밖에 없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