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전영지 기자]"원칙 있고, 소신 있게, 겸손하고 낮은 자세로 최선을 다하겠다고 회장님께 약속 드렸다."
'청년 스포츠 리더' 유승민 IOC위원(37)이 제24대 대한탁구협회장에 당선된 후 가장 먼저 찾은 곳은 지난 4월 세상을 떠난 고(故) 조양호 대한탁구협회장의 묘소였다.
유 위원은 지난달 31일 오후 제24대 대한탁구협회장 보궐선거(선거인단 총 198명)에서 투표 참가자 158명(무효 1표) 중 119표를 받아 38표를 얻은 윤길중 후보를 제치고 압도적인 당선을 확정했다. 이로써 만 37세의 유 위원은 대한체육회 산하 현역 경기단체장 중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출신 '최초', '최연소' 수장 자리에 올랐다.
이번 보궐선거는 2020년 12월까지가 임기였던 조양호 전 회장이 지난 4월 8일 갑작스럽게 타계하면서 치러지게 됐다. 1997년 이후 22년 만에 추대 대신 경선 방식으로 치러진 선거에서 유 위원은 ▶2020년 부산세계선수권 성공 개최 ▶엘리트 및 유소년 시스템 혁신 ▶생활탁구 랭킹에 따른 부스 등록제 ▶실업탁구 프로리그 출범 ▶재정자립도 개선 등의 공약으로 탁구인들의 압도적 지지를 받았다. 임기는 원래 조 전 회장의 임기였던 내년 12월까지다.
당선 직후 유 위원은 조 회장의 유업이자 탁구인의 숙원인 내년 부산세계탁구선수권의 성공 개최를 약속했다. 11년간 한결같이 탁구협회를 지원한 고 조 회장에 대한 감사를 잊지 않았다. "조 회장님께서 한국 탁구를 위해 헌신한 부분을 탁구인 모두가 잊지 말아야 한다. 지난 11년간 120억 원을 지원해 주셨다. 어느 종목이든 대기업 회장사를 구하는 일은 정말 어렵다. 저는 IOC위원으로서 누구보다 독립적으로 올림픽정신에 입각해 일하는 사람이지만, 체육인으로서 탁구인으로서 대한항공과 조 회장님에 대한 고마움은 꼭 표현하고 싶다. 오늘 저를 향한 이 표가 회장사의 헌신에 대한 우리 탁구인들의 감사를 담은 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유 위원은 2일 오전 경기도 용인시 신갈, 고 조양호 회장의 묘소를 찾았다. 회장 당선 후 첫 행보였다. 생전 조 회장은 아테네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이자 실력과 인성을 갖춘 유 위원을 아들처럼 아꼈다. 유 위원이 IOC위원에 당선된 후엔 더 큰 꿈에 도전하라는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유 위원은 조 회장의 타계 직후 모든 일정을 취소하고 5일 내내 빈소를 지켰다. "내게 회장님은 '아버지'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누구보다 저를 아껴주셨고, 탁구인들과 선수들을 큰 사랑으로 대해주셨다"며 고인을 추모했다.
조 회장의 잔여임기를 이어가게 된 유 위원은 국화꽃 한 다발과 함께 고인이 생전 가장 좋아했던 콜라와 샌드위치를 제대에 올린 후 묵념과 추모의 절을 올렸다. "회장님께서 제게 늘 강조하셨던 대로, 원칙 있고 소신 있게 탁구협회를 이끌어가겠다고 약속 드렸다. 회장님께서 탁구인들을 사랑해주시고 헌신해오신 발자취에 누가 되지 않게 원칙 있고 소신 있게, 겸손하고 낮은 자세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씀 드렸다"고 했다.
유 위원은 참배 직후 동아시아 호프스탁구선수권 선발전이 진행중인 충북 단양국민체육센터로 이동했다. 호프스 대회는 유 위원을 비롯해 중국의 마롱, 류스원 등 세계 챔피언들을 배출한, 한중일 만 12세 이하 탁구 꿈나무들의 등용문이다. "저는 비록 어리지만 누구와도 소통할 수 있는 장점과 체력, 경험이 있다"던 '젊은 회장님'이 당선되자마자 '발로 뛰는' 광폭 행보를 시작했다. 첫 걸음은 풀뿌리 초등탁구 현장이었다. 유 위원은 "오후에 단양에서 꿈나무들을 만난 후 저녁엔 일선 초등 지도자들 및 심판들과 간담회가 있다. 더 많이 소통하겠다고 약속했기에 여건이 되는 한 어디든 더 많이 찾아다닐 계획"이라고 말했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