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와이번스의 질주가 시작됐다. 지난 주말 2위 두산 베어스를 홈으로 불러들여 3연전을 모두 쓸어 담았다. 4게임 차 선두. 두산과 함께 엎치락 뒤치락 2강을 구축한 지 두 달여. SK는 5월말 선두 재탈환에 성공한 뒤 독주 채비를 갖췄다.
강한 SK의 중심에 염경엽 감독(51)이 있다. 아마추어 유망주→짧았던 프로 주전생활→ LG 트윈스 코치 & 프런트→넥센 히어로즈 감독→SK 와이번스 단장→SK 감독. 다채로웠던 그의 야구인생은 대단한 존재감, 정점으로 치닫고 있다.
SK 구단은 지난해말 염경엽 감독에게 3년간 총액 25억원의 역대 사령탑 최고연봉을 안겼다. 류준열 SK 사장은 "내부적으로 더 나은 대우를 해줘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고 했다. 염경엽 감독에 대한 구단 내부 평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무엇이 SK를 제2의 왕조로 이끄나? 구단의 체계적인 전력강화 복안이 밑거름이 됐지만 지난해 트레이 힐만과 염경엽 감독으로 이어지는 사령탑의 지도철학을 무시할 수 없다.
치밀함
올초 스프링캠프를 떠나기 전 염 감독은 공인구 반발 감소를 예상했다. 당시 "리그 전체로 15% 이상, 우리 내부적으로는 20% 이상 홈런 감소를 예상한다"고 점쳤다. 3월에만 해도 과한 해석이라는 얘기가 있었다. 올시즌 홈런수는 급감해 4월과 5월, 6월을 거치면서 감소폭이 커졌다. 24일 현재 지난해 대비 38.1%나 감소됐다.
리그 홈런기록을 경신하던 대포군단 SK는 타선을 재정비하고 스몰볼도 대비했다. 고종욱을 영입해 변화를 꾀했고, 수비를 개선해 지키는 야구로의 전환에도 연착륙했다. SK의 수비율은 지난해 리그 5위였고, 올해는 리그 2위로 개선됐다. 팀홈런은 69개로 리그 2위지만 압도적이진 않다. 그럼에도 SK는 효율적인 투타 밸런스로 변화에 대처하고 있다.
승부수
주마가편. SK는 선두를 달리는 와중에도 타격코치를 교체하고, 급기야 준수한 외국인 투수 브록 다익손 대신 헨리 소사를 영입했다. 굳이 잘 돌아가고 있는 판을 흔들자 주위에선 고개를 갸우뚱했다. SK는 가을야구 진출에는 문제가 없지만 한국시리즈 직행, 통합우승을 차지하려면 소사가 필요하다는 내부 결론에 도달했다. 과감한 승부수는 최종 결과를 알 수 없지만 소사는 데뷔전 참패 이후 2경기 연속 무실점 호투로 2승1패를 기록중이다. NC 다이노스와 두산 베어스를 상대로 완벽투를 뽐냈다.
염 감독의 이러한 결단은 SK 선수단에 의미심장한 충격파를 던졌다. 거스 히딩크 감독이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염원인 16강을 달성한 뒤 포효했던 "Still Hungry(여전히 부족하다, 배고프다)"가 떠오르는 대목이다.
우승 DNA
SK는 지난해 한국시리즈에서 14.5경기 차로 정규시즌 1위를 했던 두산 베어스를 꺾었다. 우승 DNA가 선수단에 녹아들었다. 지난 주말 두산과의 3연전 스윕으로 자신감은 더 높아졌다. 1점차 승리는 18승1패로 압도적이다. 박빙의 상황에서 SK 선수들의 집중력은 더 높아진다.
염 감독은 24일 "준비를 많이 했던 두산전이었다. 선수들이 자신감을 가질 수 있는 계기가 됐을 것이다. 전반기를 통해 아쉬운 부분이 있다. 최 항 노수광 등 올라와야할 선수들이 있다. 타격은 더 계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소사에 대해선 "만족하지만 더 안정적이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또 "선수들이 잘해줬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며 반환점을 돈 성적에 대해선 큰 의미 부여를 하지 않았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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