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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전 극장골'김보경 "나도 놀란 헤딩골...영국서 넣은 것말곤 기억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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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암=스포츠조선 전영지 기자]"헤딩골은 영국에서 뛸 때 넣은 것말곤 기억이 안난다."

'울산 에이스' 김보경(30)이 30일 K리그1 FC서울 원정(2대2무)에서 후반 추가시간 짜릿한 '헤딩' 극장골로 위기의 팀을 패배에서 구했다. 1-2로 밀리던 후반 추가시간, 울산 풀백 김태환이 박스 오른쪽 측면에서 반대쪽을 향해 필사적인 '왼발' 크로스를 올렸다. 불투이스가 머리로 떨군 볼을 김보경이 머리로 받아넣었다. 극적인 동점골, 과정이 절실했다. 오른발을 주로 쓰는 김태환이 '왼발' 택배 크로스를 올렸다. 센터백 불투이스의 시즌 첫 도움이었다. 김보경의 '헤딩' 골도 처음이었다. 김보경은 "헤딩골을 넣고 나도 놀랐다. 헤딩골은 잉글랜드에서 뛸 때 넣어본 것 말고는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웃었다. 간절했던 모두의 마음이 한데 모여 빚어낸 기적의 극장골이었다.

극장골 직후 김도훈 울산 감독이 테크니컬 지역을 벗어나 코너플래그를 향해 질주했다. 선수들과 뜨거운 골 세리머니를 함께했다. 이 또한 처음이었다. 김 감독은 "골 순간 이긴 줄 알았다. 테크니컬 존을 벗어난 것이 처음이다. 굉장히 기뻤다. 마치 내가 골을 넣은 것같았다"는 소감을 전했다.

주장 이근호와 부주장 박주호가 빠진 이날, 김보경은 캡틴 완장을 차고 경기에 나섰다. 주중 아시아챔피언스리그 16강 2차전, 안방에서 다잡은 8강 티켓을 우라와 레드에게 내준 직후다. 김도훈 감독이 "지난 나흘간 죽을 맛이었다"고 할 만큼 선수단의 아픔이 깊었다. 리그에 올인하게 된 상황, 울산은 결연했다. 전반 8분만에 김태환의 선제골로 산뜻한 출발을 했다. 그러나 이후 경기가 꼬여들었다. 전반 40분 알리바예프, 전반 43분 박동진에게 연속골을 허용하며 1대2로 밀렸다. 황일수의 슈팅은 잇달아 골대를 강타했고, 후반 주니오와 황일수의 골 장면이 2번의 VAR 판독에 의해 연거푸 오프사이드 판정으로 지워졌다.

올시즌 체력적, 심리적으로 가장 힘든 경기, 울산은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경기 종료 직전, 기어이 동점골을 빚어내며 승부를 되돌렸다.

극장골 장면에 대해 김보경은 "내내 경기가 아쉬웠다. 득점을 해도 계속 노골이 됐다. 우리의 마지막 공격루트는 크로스를 올리고 마무리하는 것이었다. 끝까지 리바운드 볼을 노려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 볼이 잘 와서 밀어넣을 수 있었다"고 동료에게 공을 돌렸다. 우라와 레드전 후반 교체출전했지만 0대3 완패를 막지 못했던 김보경은 "오늘 꼭 결과를 내야 했다. 팀 분위기에 중요했다"고 돌아봤다. "우라와전에서 아쉬웠던 부분을, 뛰는 양과 경기력으로 감독님과 선수들에게 보답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우리 스스로 쉬운 경기를 어렵게 만들었다. 팀에 도움이 되고 싶었다. 주장 완장도 찼는데 솔선수범하고 싶었다"며 경기에 임한 마음가짐을 전했다. 판정에 대한 질문에도 베테랑답게 답했다. "저는 개인적으로 VAR을 신뢰하고 선수로서 납득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아무래도 이런 분위기에서 선수로서 잘 맞춰가야 하는데 그런 면에서 안타까운 경기였다"고 에둘렀다.

서울이 2-1로 앞선 채 후반 추가시간이 시작되자 승리를 확신한 서울 홈팬들은 "잘 가세요~잘 가세요~"를 합창했다. 울산 서포터들이 원정팀에게 부르는 '안방 승전가'를 상대 팀이 열창했다. 그리고 곧 울산의 동점골이 터졌다. 김보경은 "기분이 이상했다. 이렇게 억울하게 지고 가야 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에게는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게 하는 힘이 됐다"고 말했다.

이날 무승부를 이끈 극장골의 의미를 묻는 질문에 김보경은 "우라와전의 안좋은 분위기를 잘 털어낸 골"이라고 즉답했다. "리그에서 패하게 되면 연패가 되고, 분위기를 어렵게 만들 수 있다. 오늘 이렇게 분위기를 긍정적으로 잘 전환해서 다행"이라고 평했다. 보기 드문 김도훈 감독의 질주에 대해선 "감독님도 속으로 절실하셨던 것같다. 지면 안되는 경기였다. 굉장히 기뻐하셨다"며 웃었다. 진정한 에이스는 위기에서 빛난다. 상암=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