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창=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현역 은퇴를 선언한 '황금날개' 김동진(37, 킷치SC)이 20년 프로 커리어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김동진은 1일 오후 2시 서울 용산구 효창운동장에서 진행한 은퇴 기자회견에서 "2000년에 프로에 입단해 20년 가까이 선수 생활을 했다. 저한테 이런 시간이 올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아쉽다. 시원섭섭한 마음도 든다. 하지만 제가 선수 생활을 하면서 받은 사랑을 돌려드려야 한다는 생각으로 은퇴를 결정했다. 이영표, 김판곤 위원장 등 주위에선 '이제 선수생활 그만하고 새로운 길을 알아보라'고 했다. 조재진은 '고마해라'고 하더라"며 웃었다.
김동진은 이 기자회견에서 '그 날'을 떠올렸다. 2009년 10일 세네갈과 국가대표팀 친선경기를 앞두고 파주 축구대표팀 트레이닝 센터 본관 건물 앞에서 정신을 잃고 쓰러져 많은 이들을 놀라게 했던 날. "딱 10년 전이다. 파주에서 쓰러지고 제 축구인생이 롤러코스터처럼 확 바뀌었다. 사건 이후 많은 분들이 건강 문제를 걱정했다. 대표 선수로 멀어지면서 2010년 이후 기회가 찾아오지 않았다. 제가 여태까지 뛰는 걸 모르는 분들도 있다. 그날 이후 나는 김동진이 아직 건강하다는 걸 그라운드에서 증명하자는 마음으로 뛰었다. 그렇게 10년이 지났다."
선수 생활을 하면서 가장 고마웠던 사람으로 '아내'를 꼽은 김동진은 감독 중에는 조광래 현 대구 FC 사장과 딕 아드보카트 전 한국 대표팀 감독을 거명했다. 김동진은 "조광래 감독님이 어린 나이에 많은 기회를 주셨다. 성장할 수 있도록 가르침을 주셨다. 아드보카트 감독님은 저를 제니트에 데리고 가서 선수 생활에 있어 가장 좋았던 커리어를 쌓을 수 있도록 도와주셨다"고 말했다.
가장 기억에 남은 경기로 2004년 독일과의 친선전을 꼽았다. 한국이 3대1로 깜짝 승리한 그날 경기에서 A매치 데뷔골을 터뜨렸다. 그는 "독일 최정에 멤버가 왔고, 우린 세대교체 기간이었다. 베스트가 아니었다. 게다가 독일은 한국과의 경기에 앞서 일본을 3대0으로 꺾었다. 그런데 우리가 승리했고, 내가 올리버 칸을 상대로 골을 넣었다. 그래서 더 기억에 남는다. 소속팀 경기 중에는 제니트 소속으로 UEFA컵 우승할 때가 가장 행복했다"고 돌아봤다.
2000년 안양 LG 치타스(FC 서울 전신)에서 프로에 데뷔한 김동진은 2006년부터 2010년까지 러시아 제니트 상트 페테르부르크에서 활약하며 유럽 무대를 경험했다. 2010년 국내 무대로 복귀해 울산 현대(2010) 서울(2011)을 거쳐 중국(항저우) 태국(무앙통) 홍콩(킷치, 호이킹 SAL) 등을 통해 아시아 각지를 돌아다녔다. 김동진은 "사람들은 왜 러시아를 가느냐고 했고, 중국, 태국, 홍콩에 진출했을 때에도 관심이 없었다. 나는 그곳에 가서 한국 축구의 위상을 증명하고 싶었다. 나중에 한국 선수들이 그곳에 진출하는 걸 보고 뿌듯했다. 하지만 너무도 외롭고 힘든 시간이었다. 잉글랜드에 처음 갔을 때 (박)지성이형도 그랬을 것"이라고 말했다.
각급 청소년 대표를 거친 김동진은 2003년 국가대표팀에 발탁돼 2010년 남아공 월드컵까지 A매치 62경기(2골)를 치렀다. 월드컵, 올림픽, 아시안게임을 각각 2회 참가한 보기 드문 기록을 남겼다. 한때 '좌동진 우영표'란 수식어까지 등장했다. 김동진은 "2003년부터 2010년까지 짧다면 짧은 기간 동안 A매치 60경기 이상을 뛰었다. 더구나 이영표라는 독보적인 선수가 활약하던 시기였다. 2011년 아시안컵에 발목 부상으로 나서지 못한 게 두고두고 아쉽지만, 대표팀 커리어가 나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며 본인의 선수 생활에 80점을 매겼다.
오는 24일 맨시티와의 친선경기 겸 은퇴경기를 끝으로 '선수 김동진'은 날개를 접고, 지도자로 변신한다. 킷치에서 1군 코치 겸 U-15팀 코치로 활동할 계획. "맨시티를 만나 좋지만, 그런 강호를 만나 대량 실점을 할까 걱정된다"고 너스레를 떤 김동진은 "한국적인 지도자와 외국 지도자 마인드를 결합하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열린 마음으로 소통하는 지도자, 선수 마음을 읽어 선수들이 그라운드에서 120% 쏟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지도자, 무엇보다 한국 축구에 이바지할 수 있는 지도자가 되고 싶다"고 강조했다. 효창=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