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진회 기자] 벙커에서 무너졌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시즌 네 번째 메이저대회 에비앙 챔피언십 우승 문턱까지 접근했던 김효주(24·롯데) 얘기다.
김효주는 28일(한국시각) 프랑스 에비앙레뱅의 에비앙 리조트 골프클럽(파71·6527야드)에서 열린 대회 나흘째 최종라운드에서 버디 3개, 보기 2개, 트리플보기 1개로 2오버파 73타를 쳤다.
최종합계 13언더파 271타를 기록한 김효주는 단독선두를 지켜내지 못하고 아쉽게 제니퍼 쿱초(미국), 펑샨샨(중국)과 함께 공동 2위에 이름을 올렸다.
이날 기상악화로 두 시간이 지연된 최종라운드의 미션은 '지키기'였다. 1번 홀(파4)부터 격차가 벌어졌다. 김효주는 파로 마친 반면 박성현은 불안한 퍼트감을 보이며 보기를 범해 두 타차로 벌어졌다. 2번 홀(파3)에서도 김효주는 파를 지켰지만 박성현은 스리퍼트로 다시 한 타를 잃어 순식간에 세 타차로 벌어졌다.
3번 홀(파4)에선 박성현이 터닝포인트를 만들었다. 어려운 라이에도 과감한 퍼트로 첫 버디를 신고했다. 반면 김효주는 보기를 범하면서 단숨에 격차는 한 타차로 좁혀졌다.
6번 홀(파4)에선 고진영도 첫 버디를 잡아내면서 김효주를 한 타차로 추격하면서 선두권 경쟁으로 뛰어들었다.
김효주는 8번 홀(파3)에서 첫 버디를 챙겼고 11번 홀(파4)에서도 버디를 추가하며 상승세를 타는 듯했다. 그러나 12번 홀(파4)에서 다시 한 타를 잃고 말았다. 13번 홀(파4)에선 고진영이 먼 거리 버디 퍼트를 성공시키면서 한 타차로 쫓아왔다.
김효주에게 가장 큰 위기는 14번 홀(파3)에서 찾아왔다. 5번 하이브리드 티샷이 벙커에 들어갔는데 턱 바로 앞에 파묻혔다. 팔로우스로우 공간이 없어 최대한 공을 강하게 치면서도 두껍게 쳐야 하는 상황에서 최악의 시나리오가 발생했다. 두 번째 샷에서 벙커를 탈출하지 못했다. 러프로 살짝 올라가던 공은 그대로 벙커로 다시 굴러 떨어졌다. 세 번째 샷에서 겨우 탈출했다. 그러나 심리적으로 흔들리는 모습이 역력했다. 스리퍼트로 트리플 보기를 범하고 말았다.
공교롭게도 같은 벙커에 빠진 박성현은 행운의 버디를 잡아냈다. 김효주보다 공이 파묻힌 라이가 나쁘지 않았지만 벙커에서 탈출한 공의 스피드가 너무 빨라 홀 컵을 크게 벗어날 것으로 보였지만 깃대에 맞고 곧장 홀 컵으로 빨려 들어갔다. 고진영도 15m에 달하는 거리에서 파 세이브에 성공했다.
아쉬운 건 김효주가 보기로 상황을 막아낼 수 있었다는 것이다. '언플레이 볼'을 선언하고 2벌타를 받은 뒤 직선상으로 그 벙커의 후방에 볼을 드롭해 구제를 받을 수 있다. 비가 계속 내려 벙커 속 모래가 단단해져 불리한 점도 분명 있었지만 확률을 높이는 골프에서 김효주가 처한 상황은 '언플레이 볼'이 최상의 선택이었다. 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