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물음표를 느낌표로 바꾸는 일은 쉽지 않다. 하지만 결실만 이뤄낸다면 소위 '대박'을 칠 수 있다.
키움 히어로즈 외국인 타자 제리 샌즈(32)가 대표적. 7일 현재 KBO리그 타점 부문 1위(88타점), OPS(출루율+장타율) 3위, 홈런 부문 3위(21홈런)다. 올해 재계약에 성공한 외국인 선수 중 가장 낮은 총액(50만달러)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가성비 갑'이라는 표현에 손색이 없다. 주포 박병호가 잔부상으로 고전하고 있는 올 시즌 샌즈의 존재가 없었다면 키움 타선의 힘은 급감했을 것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가치도 가파르게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지난해 8월 마이클 초이스의 대체 선수로 한국땅을 밟을 때만 해도 샌즈의 몸값 총액은 10만달러에 불과했다. 샌즈는 지난 시즌 정규리그 25경기 타율 3할1푼4리, 12홈런 37타점을 기록했다. 준플레이오프에선 타율이 2할에 그쳤지만, SK 와이번스와의 플레이오프 5경기에선 3할6푼8리, 2홈런을 기록하며 5배 인상된 총액으로 재계약에 성공했다. '투고타저'인 올 시즌 활약 대비 총액을 생각해보면, 샌즈가 또다시 재계약에 나설 경우 현재 몸값의 최소 두 배 이상 상승은 무난히 이뤄낼 것으로 보인다.
두산 베어스의 '외인 타자 잔혹사'에 마침표를 찍은 호세 미구엘 페르난데스(31) 역시 상한가를 칠 선수로 꼽힌다. 총액 70만달러에 두산 유니폼을 입은 페르난데스는 7일까지 최다 안타 1위(140개), 타율 4위(3할3푼7리)다. 올 시즌 유독 고전 중인 두산 타선에서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극도의 부진으로 팬들 사이에 '금지어'라는 꼬리표가 붙을 정도였던 지미 파레디스, 스캇 반슬라이크의 모습을 돌아보면 페르난데스의 활약은 더 눈에 띌 수밖에 없다.
투수 부문에선 KT 위즈의 '원투펀치'로 자리매김한 라울 알칸타라(27), 윌리엄 쿠에바스(29)가 눈에 띈다. KT가 두 선수 영입을 위해 쓴 총액은 132만달러. 똑같이 외국인 투수 두 명을 모두 교체한 NC 다이노스, KIA 타이거즈(이상 200만달러), 삼성 라이온즈(195만달러), 한화 이글스(160만달러)에 비해 가장 낮은 금액이었다. 하지만 알칸타라(10승8패)와 쿠에바스(9승6패)는 19승을 합작하면서 KT가 리그 첫 후반기 5위로 등극하는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 이미 외인 투수 교체를 단행한 NC, 삼성 뿐만 아니라 한화(서폴드-채드벨·총 13승), KIA(터너-윌랜드·총 11승)와 비교해도 비용 대비 성과가 확연하다. 새 외국인 선수 총액이 100만달러로 제한된 현실, 투고타저 시즌의 여파가 내년까지 지속될 것이라는 예상 등을 고려하면 검증된 외국인 투수들의 몸값은 뛸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알칸타라, 쿠에바스의 장밋빛 꿈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