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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종합] "개딸아빠 보다 인간 성동일"…'변신' 성동일을 믿고 보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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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개딸들의 아빠'도, 악역도, 공포도 매 작품 인간 성동일로 연기하는 거죠."

공포 스릴러 영화 '변신'(김홍선 감독, 다나크리에이티브 제작)에서 구청을 다니는 평범한 공무원이었지만 이사 온 날부터 집에서 기이한 일을 겪고 구마사제인 동생 중수(배성우)에게 도움을 청하는 아빠 강구를 연기한 배우 성동일(52). 그가 1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스포츠조선과 만나 '변신'에 대한 비하인드 에피소드와 근황을 전했다.

지금껏 한국 공포 영화에서 만나보기 힘들었던 스타일리시하면서도 신선한 스토리로 올여름 극장가를 가장 뜨겁게 달굴 공포 기대작 '변신'. 진짜 악마의 존재를 계속해서 변주한 '변신'은 엔딩크레딧이 올라갈 때까지 손에 진땀을 쥐게 만들며 끝까지 안심할 수 없는 반전의 반전을 거듭, 극강의 공포를 선사한다. 올해 가장 섬뜩한 공포 영화로 존재감을 확실히 드러낸 '변신'은 공포·스릴러 장르에서 독보적인 두각을 드러낸 김홍선 감독의 디테일한 연출과 충무로 일당백 배우들이 가세해 눈길을 끈다.

특히 '변신'을 통해 데뷔이래 첫 오컬트, 공포물에 도전한 성동일은 하드캐리한 모습으로 영화의 오프닝부터 엔딩까지 강렬한 여운을 남긴다. 극 중 평범한 가장인 강구를 연기한 성동일은 이사 온 날부터 집에서 벌어지는 기이하고 섬뜩한 현상에서 가족을 지키기 위해 처절한 사투를 벌이는 부성애로 시선을 강탈한다. 그동안 성동일은 tvN 인기 시리즈 드라마 '응답하라 1997' '응답하라 1994' '응답하라 1988'에서 정은지, 고아라, 혜리 등과 함께 남다른 부녀(父女) 케미스트리를 선보이며 일명 '개딸들의 아버지'로 등극한바, 이번 작품에서는 특유의 코믹한 연기를 버린, 농밀한 부성애로 역대급 변신에 성공했다.

이날 성동일은 '변신'으로 과감한 도전에 나선 이유에 대해 "나이가 들어서인지 작품 선택 기준은 늘 추억 쌓기가 기준이 되는 것 같다. 연기라는 게 국영수처럼 사교육을 받는 게 아니지 않나? '반드시 잡는다'(17) 때 김홍선 감독과 좋은 추억이 있어서 '변신'을 선택하게 됐다. 지금은 추억 쌓기가 작품 선정 기준이 됐다. 여기에 더불어 한국적인 공포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격은 다르지만 내겐 '변신'이 현대판 '전설의 고향' 같기도 했다. 그리고 가족 이야기를 해서 좋았다. 사람이 중심이고 사람이 주인공이어서 더 끌렸던 것 같다"고 밝혔다.

이어 "김홍선 감독과는 두 번째 작품인 '변신'은 내겐 믿음이었다. 김홍선 감독은 일에 미친 사람이다. 김홍선 감독은 촬영 전 기획 단계 때만 해도 나와 오전 7시까지 술을 마셨는데 일단 촬영이 들어가면 현장에서 술을 안 마신다. 현장에서 열정이 남자로서 멋있는 것 같다. 저 정도의 리더십이면 믿고 가도 될 것 같다. 눈물도 많다. '변신' 찍을 때 많이 울더라. 외모로는 합의도 안 봐줄 것 같은 무서운 외모인데 눈물도 많고 가정적이다"고 농을 던졌다.

그는 "'변신'은 사실 가격 대비 잘 만든 공포 영화 같다. 김홍선 감독은 장르물에 대해 현장에서 세팅 3시간하고 연출 3분 한다고 하더라. 실제로 지금은 스태프들과 촬영 약속 시간이 정말 중요하다. 빠듯한 시간 안에 정해진 분량을 촬영해야 했고 그런 이유로 감독의 디렉팅 시간이 하루에 40~50분밖에 못한다. 아무래도 현장에서 감독은 배우들의 대사 연기보다는 스태프들의 NG에 초점을 맞추게 된다. 그런 이유로 '변신'은 전부 팀워크가 만든 작품인 것 같다. 이번 작품은 김홍선 감독이 독을 품고 찍었다. 시나리오보다 재미있게 찍었다. 다른 건 몰라도 우리 작품에서만은 쓸데없는 감성팔이를 안 넣고 싶었다. 그래서 그런 신파 부분을 최대한 절제했다. '변신'은 현장 편집본 그대로 나왔다고 해도 무방하다. 현장 편집본에서 10여분 줄인 게 전부다. 그만큼 절제해서 촬영하려고 노력했다"고 자신했다.

무엇보다 성동일은 '국민 아빠'로서 이미지를 180도 바꾼 첫 공포물 도전에 "내 이미지를 생각해서 작품을 선택하는 것은 아니다. 나는 작품을 통해 즐기고 싶을 뿐이다. 이제 와서 스타가 되고 싶은 마음은 없다"며 "'변신'을 찍은 뒤 이틀 쉬고 '담보'(강대규 감독)를 찍었다. 아내도 내가 집에서 쉬는 걸 힘들어 하니까 빨리 나가서 술 마시고 오라고 하더라. 그럴 정도로 일에 빠져있다. 무명 때 밤새 촬영하는 게 소원이었다. 내가 연기할 때 지루하고 힘들면 보는 사람들이 내 연기를 돈 내고 보고 싶어 하겠나? 이 역할이 이 역활일 뿐이지 굳이 이미지 변신이라고 가두고 싶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어 "오랜 친구인 김용화 감독과도 그런 이야기를 했다. 솔직히 나는 몰입을 잘하는 배우는 아니다. 머리가 좋은 배우도, 훌륭한 배우도 아니다. 성동일이 '변신'의 강구를 연기하는 것이지 강구가 성동일을 연기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어떤 역할이 됐던 편하게 하려고 한다. 물론 기본적인 공식은 있다. 어떤 배역이라도 '뻔뻔하게 거짓말만 잘해도 좋은 배우가 되지 않겠나?'라는 마음이 있다. 나는 그저 성동일이다"고 진심을 전했다.

또한 "이번 '변신'은 한마디로 표현하면 쉬는 쪽이었다. 이미 시나리오가 탄탄하게 잘 나와 있었고 기본적으로 센 영화다. 나는 중심만 잡고 가겠다는 마음을 먹었다. 진짜 아버지 역으로만 가려고 노력했다. 큰 톤 차이 없이 게으른 연기 하려고 했다. 편안하게 가려고 했다. 나까지 극한 연기를 보여주는 것은 너무 오버인 것 같았다. 그래서 나는 연기가 편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성동일은 공포물에 대한 거부감이 있었다고. 그는 "젊었을 때 일본 공포물에 빠져서 한참 봤는데 나이 들어서는 기가 빠져서 그런지 공포물에 대한 잔상이 남아 힘들더라. 사람을 좋아해서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 작품을 더 선호하는 편이다. 물론 이런 공포, 악역을 연기하는 게 재미있긴 하다. 공포물이나 악역은 합법적으로 남을 괴롭히는 것 아니냐? 그런데 성동일 개인적으로는 좋아하지 않는다"며 "이번 '변신'도 잔상이 남는 장면이 많은데 그래서 촬영할 때는 코미디 영화 찍듯이 임했다. 내가 현장에서 맡은 역할이 있지 않나? 최대한 재미있게 분위기를 이끌려고 했다"고 고백했다.

캐릭터 불문, 장르 불문 가리지 않는다는 성동일은 유일하게 도전하지 못한 작품으로 멜로를 꼽았다. 그는 "내가 유일하게 못 하는 연기가 알몸 연기, 베드신이다. 벗은 내 몸은 우리 집사람도 싫어한다며 내게 멜로 영화를 제안한 감독에게 거절한 적도 있다. 멜로 감정 연기는 돈 받고 보여줄 수 있는 연기가 아닌 것 같다. 집사람과 자식들에게도 사랑 표현이 서툰 사람인데 연기로 표현할 수 있겠나? 유일하게 키스신은 '마음이2'(10, 이정철 감독) 때 마음이랑 해봤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변신'은 사람의 모습으로 변신하는 악마가 가족 안에 숨어들며 벌어지는 기이하고 섬뜩한 사건을 그린 작품이다. 배성우, 성동일, 장영남, 김혜준, 조이현 등이 가세했고 '공모자들' '기술자들' '반드시 잡는다'의 김홍선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오는 21일 개봉한다.

조지영 기자 soulhn1220@sportschosun.com 사진=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