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 '야구는 투수놀음이다.'
이 표현을 처음 쓴 사람이 누구인지는 알 수 없으나, 현장에서는 격언처럼 통용되는 말이다. 선동열 전 감독은 "방망이는 믿을 것이 못 된다"고 했고, 김인식 KBO 고문 역시 현장 사령탑 시절 "장기 레이스에서는 투수진, 특히 선발이 강해야 한다. 타격은 잘될 때 안될 때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 말에 동의하지 않는 야구인은 없다. 매년 신인 드래프트 상위 순위를 투수들이 점령하는 것이나, 모든 팀들의 오프시즌 전력 보강 작업 1순위가 마운드라는 건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다.
올시즌에도 각 팀 전력을 살펴보면, 마운드가 강한 팀이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공교롭게도 '마운드 전력=팀 전력'이란 공식이 성립할 수 있는 흥미로운 통계가 있다. 27일 현재 10개팀 평균자책점 순위가 팀 순위와 거의 일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선두 SK 와이번스(3.41)부터 최하위 한화 이글스(5.16)까지 팀 평균자책점이 좋은 팀 순서로 순위가 나열돼 있다. 다만 7위 KIA 타이거즈(4.84)의 팀 평균자책점이 8위 삼성 라이온즈(4.73)보다 0.11 정도 나쁜데, 두 팀간 승차가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해당 공식이 현실을 그대로 반영한다는 걸 부인하기는 힘들다.
SK의 경우 팀 타율(0.267) 6위, 평균 득점(4.74점) 4위, 팀 홈런(96개) 4위, 팀 OPS(0.726) 5위 등 공격 각 지표가 중위권에 머물러 있음에도 압도적인 마운드 전력으로 정규시즌 우승 9부 능선까지 올라와 있는 상황이다. 시즌 전 5강 후보로 거의 거론이 되지 않던 LG 트윈스는 팀타율(0.268) 5위, 팀 홈런(76개) 공동 8위, 팀 OPS(0.711) 8위 등 공격력이 신통치 않지만, 강력한 원투 펀치 타일러 윌슨과 케이시 켈리, 붙박이 마무리로 성장한 고우석의 활약을 앞세워 시즌 내내 상위권을 유지중이다.
6월 말까지 7~8위에 머물러 있던 KT 위즈도 마운드가 안정을 찾으면서 지금은 NC 다이노스와 5위 다툼을 할 수 있는 경기력을 보여주고 있다. 6월 27일 이후 KT의 팀 평균자책점은 3.66으로 같은 기간 5위에 올랐다. NC 역시 외국인 투수 교체, 토종 선발 부진 등으로 어려움을 겪었지만, 후반기 들어 25경기에서 3.36의 팀 평균자책점을 올리며 5위를 꾸준히 지키고 있다.
한 달 정도 남은 정규시즌 동안 각 팀의 운명 역시 마운드의 힘에 따라 결정될 공산이 크다. 따라서 6위 KT까지 6개 팀은 포스트시즌 진출, 나아가 좀더 높은 순위를 목표로 투수 전력을 그대로 사용하면서도 체력 안배에 더욱 신경 쓸 것으로 보인다.
SK 염경엽 감독은 6월말 팀 합류 이후 꾸준히 로테이션을 지켜온 헨리 소사에 대해 "최근 들어 소사의 구위가 조금씩 떨어지고 있다. 거의 2년을 쉬지 않고 던졌다. 순위가 확정되면 소사에게 긴 휴식을 줄 계획"이라고 말했다.
두산 김태형 감독과 KT 이강철 감독도 현재의 마운드 구성에 별다른 변화를 주지 않고 컨디션 관리에 만전을 기하면서 투수들을 기용할 계획이다. LG 류중일 감독은 향후 투수진 운영에 관해 "1~3선발은 평소대로 던지게 하고, 4,5선발이 등판하는 날에는 불펜 활용 비중을 높이겠다"고 했으며, NC 이동욱 감독은 "순위를 결정짓는 마지막 경기가 아닌 이상 (로테이션 등 투수진 운영을)억지로 바꿀 생각은 없다"고 밝혔다.
한편, KBO는 29일 우천으로 연기된 경기의 잔여 시즌 일정을 발표할 예정이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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