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27일 청주구장에서 열린 경기는 박병호에 의한, 박병호를 위한 '원맨쇼'나 다름이 없었다.
키움 히어로즈의 4번타자 박병호는 이날 혼자서 홈런 4개를 쳤다. 1회초 2점 홈런, 3회초 2점 홈런, 5회초 또 2점 홈런으로 3연타석 홈런을 기록했고, 네번째 타석에서 볼넷을 얻은 후 마지막 이닝인 9회초 솔로 홈런까지. 한화 이글스 투수들은 박병호와의 승부에서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박병호의 홈런 4개로 이미 경기는 끝이 났다. 충격을 감당하지 못한 한화는 대패했고, 키움은 15대0으로 완승을 거뒀다.
한 경기에서 한명의 타자가 홈런 1개를 치기도 쉽지가 않다. 보통 2홈런 이상을 쳤을 때도 굉장한 주목을 받게 된다. 하지만 박병호는 4개를 터뜨렸다. 박병호에게는 처음이 아니라는 사실이 더 놀랍다. 박병호는 52홈런을 쳤던 2014시즌에 이미 한차례 1경기 4홈런을 쳤었다. KBO리그 역사를 통틀어 4홈런 타자는 이번을 포함해 총 6번. 그중 박병호만 유일하게 두번이나 이름을 올렸다. 이전에 누구도 해내지 못했던 기록이다. 오히려 네번째 타석 볼넷이 아니었다면 5연타석 홈런 신기록까지 도전해볼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만약'에 대한 아쉬움도 남는다.
박병호의 진가가 시즌 후반부에 발휘되는 셈이다. 2014~2015년 2년 연속 50홈런을 돌파했던 박병호는 2년의 메이저리그 도전을 마치고 018년 한국에 돌아왔다. 어느정도 공백이 있었기에 복귀 직후에는 과연 박병호가 이전처럼 많은 홈런을 쳐낼지 있을지 의심의 시선을 보내는 사람들도 있었다. 최 정(SK)이나 김재환(두산) 같은 거포들의 상승세와도 견주었다.
하지만 박병호는 역시 박병호다. 적어도 홈런에 있어서는 여전히 리그 최고임을 부정할 수 없다. 지난해 복귀 하자마자 43홈런을 터뜨렸다. 홈런 1위 김재환(44홈런)과는 단 1개 차이로 공동 2위였다.
그리고 올해 '홈런왕' 타이틀을 되찾을 가능성이 커졌다. 최 정, 제이미 로맥(SK) 등 경쟁자들이 주춤한 가운데, 가장 컨디션이 좋은 타자는 박병호와 팀 동료인 제리 샌즈다. 박병호가 4홈런을 몰아치면서 2위인 샌즈(26홈런)보다도 2개 더 앞서게 되면서 확실히 리드를 끌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병호는 계속해서 "홈런 욕심은 없다"고 강조한다. 최고참급 베테랑 선수로서 책임감을 뜻하는 말이다. 올해도 개인 타이틀 홈런 레이스에서는 무서운 기세를 보여주고 있지만, 시즌 초반 타격 부진과 부상 등 고민이 많았던 그다. 특히 홈런보다는 타점에 대한 욕심을 내고있다. 4번타자의 진가가 홈런보다 타점에 있다는 의미다. 27일까지 박병호의 시즌 타점은 85점. 남은 경기에서 100타점을 채우면 6시즌 연속 100타점 돌파라는 신기록을 세울 수 있게 된다.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