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특별하죠. 정말 특별한 사이가 됐어요"
좋은 포수가 좋은 투수를 만들 수 있지만, 좋은 투수도 좋은 포수를 만들 수 있다. 투수와 포수는 이처럼 서로 상부상조할 수밖에 없는 존재다. 올 시즌 두산 베어스의 배터리 조쉬 린드블럼과 박세혁을 봐도 알 수 있다. 이전까지도 각자 프로로서 커리어를 쌓아온 두 사람이지만 올 시즌은 특별하다. 린드블럼은 정규 시즌 MVP(최우수선수)까지 노릴만큼 리그 최고 투수로 더욱 기량이 향상된 활약을 보여주고 있고, 박세혁은 본격적인 주전 포수로 첫 풀타임 시즌을 보내고 있다. 박세혁이 포수 마스크를 쓰는 동안 린드블럼과의 찰떡 호흡이 눈길을 끈다. 구단 새 역사에 도전하는 린드블럼은 매 경기가 끝나고 꼭 포수 박세혁의 공로를 잊지 않고 언급한다. 그만큼 서로 잘 맞는 사이가 됐다.
박세혁은 이에 대해 "정말 특별한 사이가 됐다. 린드블럼은 대단한 선수다. 올해 유독 승운이 좋은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경기 내용을 자세히 보면 타자들이 점수를 적게 뽑아줄 때도 본인이 최소 실점으로 막아낸다. (8월25일)한화전을 봐도 0-2로 지고있다가 우리 타자들이 겨우겨우 1점씩 뽑아 3대2로 역전에 성공했다. 이날 린드블럼은 혼자서 2점만 주고 무려 8이닝을 막아줬다. 그래서 이길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결과가 좋으니 같이 하는 게 신나고 재밌다"고 말했다.
이제는 '한국 생활 베테랑'이 된 린드블럼은 한국어도 꽤 능숙하다. 박세혁은 "가끔씩 경기가 끝나고 집에 있으면 린드블럼에게 문자가 온다. 한국어로 욕도 하고(웃음), 'XX야 사랑해'라고 써진 문자도 보낸다. 편하게 생각해주는 덕분에 서로 더 즐겁게 시즌을 보내고 있다"며 웃었다. 사실 투수와 포수의 관계가 언제나 좋은 것만은 아니다. 특히 결과가 좋지 않을 때, 서로의 탓으로 돌리는 경우도 무척 많다. 그렇기 때문에 박세혁 역시 올해 린드블럼과 함께 보내는 '기적같은 시즌'을 더욱 즐기는 중이다.
또다른 외국인 투수 세스 후랭코프도 걱정의 시기를 이겨내고 점점 더 좋아지고 있다. 7월까지 어깨 통증 여파로 퇴출설까지 나왔던 후랭코프지만, 최근 등판한 5경기에서 모두 2자책 이하를 기록하며 호투했다. 함께 호흡을 맞춘 박세혁은 "한동안 후랭코프가 아픈 것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위축된 상태였다. 본인이 전력으로 던지고 싶어도, 자신도 모르게 멈칫 하는 모습들이 보였다. 이제는 전혀 아프지 않다고 한다. 안아프니 공도 더 자신있게 던지고 결과도 더 좋아지는 것 같다"고 했다.
올 시즌 벌써 9개의 3루타를 기록한 그는 '발 빠른 포수'로도 이름을 날리고 있다. 3루타 부문 리그 1위인 키움 히어로즈 이정후(10개)보다 1개 모자란 단독 2위다. 3위 SK 와이번스 고종욱(7개)보다도 많다. 박세혁은 "무조건 3루타를 쳐야겠다는 생각은 안하지만, 나가게 되면 최대한 많이 달리고 열심히 뛰려고 한다. 최근에는 출루 기회가 생기니 자연스럽게 뛰는 기회도 더 많아지는 것 같다. 어떻게든 한 베이스씩 더 가는 것이 지금 내가 해야 하는 야구인 것 같다"며 책임감을 보였다.
풀타임 주전 포수로 보내는 첫 시즌. 박세혁은 포스트시즌을 생각하면 벌써 가슴이 두근거린다. "2017년 포스트시즌때 (양)의지 형이 아파서 한국시리즈 1차전에 마스크를 썼었는데, 솔직히 그때의 감정을 지금도 잊지 못한다. 광주 구장에 KIA팬들이 가득 들어차고, 그 관중들에게 압도 당하고 있는 상황에서도 소름이 끼칠 정도로 경기 자체에 전율이 있었다"는 그는 "올해도 다시 한번 느껴보고 싶다. 오랫동안 백업으로 뛰었기 때문에 나는 지금도 1군에서 뛰고있는 자체로 너무 행복하고 기회의 소중함을 느끼고 있다. 이번 가을야구에서 반드시 최고의 결과를 내고싶다"며 각오를 다졌다.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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