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10승 도전할 때보다 더 떨려요."
두산베이스 투수 유희관은 26일 대구 삼성전 선발 등판을 앞두고 이렇게 말했다.
20일 KIA전에서 10승 달성에 성공하며 7년 연속 두자리 승수를 달성한 베테랑 투수. 개인적으로 애착을 가지고 있는 기록 달성. 평소 같으면 홀가분하게 나설 수 있었던 피날레 등판. 하지만 팀 상황이 무거워졌다. 독주하던 1위 SK와이번스가 최근 6연패 등 갑작스러운 부진에 빠지며 1경기 차 추격을 허용했기 때문. 남은 4경기. 역전 우승이 눈 앞에 다가오자 부담이 생겼다.
팀 우승을 위한 중요한 길목. 다시 한번 소매를 걷어붙였다. 긴장하고 오른 마운드. 초반 타선 지원으로 어깨가 가벼워졌다. 두산 타선은 1,2회만 6득점, 4회까지 10득점을 올리며 베테랑을 지원했다. 점수 차를 안자 유희관은 더욱 노련하게 맞혀 잡는 피칭으로 쉽게 쉽게 경기를 풀어갔다. 8이닝 동안 3안타 1볼넷 3탈삼진 무실점으로 11대0 대승을 이끌었다. 최근 3연승 속에 11승(8패)을 거두며 기분 좋게 시즌을 마쳤다. 지난해 7월6일 잠실 경기부터 삼성전 3연승.
8회까지 94구를 던진 유희관은 시즌 첫 완봉승을 눈 앞에 뒀다. 하지만 팀을 위해 9회에 마운드에 오르지 않았다. 부상을 털고 돌아온 불펜 김승회에게 편안한 상황에서 실전 등판 기회를 주기 위함이었다. 김태형 감독은 "희관이가 완봉을 노릴 수 있는 상황에서 팀을 위해 양보를 해줬다.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의연하게 팀을 위해 개인적 욕심을 접은 유희관은 "올시즌 마지막 선발 등판에서 유종의미를 거둔거 같아 기분이 좋다"며 흐뭇해 했다. 이어 "현재 순위싸움이 치열해 지지 않겠다는 생각으로 투구했다. 타자들이 초반에 점수를 내줘 편히 던질수 있었고, 세혁이 리드도 훌륭했다. 남은 경기 선수들끼리 똘똘 뭉쳐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꾸준함의 미학을 온 몸으로 보여주고 있는 베테랑의 품격. 빠르지 않은 공으로 마운드를 정복한 유희관이 야구 꿈나무들의 살아있는 귀감으로 우뚝 서고 있다.
대구=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