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이원만 기자] "너무 긴장한 것 같아요. 특히 준영이에게 3점 맞았을 때 멘붕이 왔죠."
창원 LG는 얼마전 기적에 버금갈 만한 행운을 얻었다. 겨우 5%에 불과한 확률을 뚫고 2019 KBL 신인드래프트 1순위 지명권을 따낸 것. 지난달 28일에 열린 신인선수 드래프트 순위 지명 추첨에서 1순위를 따내는 행운이 깃들었다. LG 현주엽 감독은 활짝 웃었다. 지명 대상자는 명확했다. 누구나 탐내던 고려대 출신 빅맨 박정현(2m4)을 4일 열린 신인드래프트에서 호명했다.
이후 이틀 만에 박정현이 프로 데뷔전을 치렀다. 6일 부산 사직체육관에서 열린 부산 KT와의 원정경기에서 첫 선을 보인 것. 1쿼터 4분 41초에 김동량이 파울을 범하자 현 감독이 박정현을 투입했다. 드래프트 1순위로 주목받던 박정현은 그렇게 프로 코트를 밟게 됐다.
하지만 결과는 썩 좋지 않았다. 사실 신인 선수의 데뷔전 결과를 운운하는 건 무리다. 코트에 나와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것 자체로 평가해야 한다. 이날 박정현은 2분 53초 동안 1번의 슛을 시도해 실패했고, 리바운드 1개를 따냈다. 말하자면 오리엔테이션 정도를 한 것이다.
이날 경기를 마친 박정현은 "너무 긴장한 나머지 몸이 잘 움직이지 않았다"며 아쉬워했다. 하지만 박정현은 기는 죽지 않은 듯 보였다. 그는 "생각보다 경기 흐름이 빠르진 않았던 것 같다. 대학부 경기가 훨씬 더 빠르게 진행되는 것 같다. 지금 교생 실습을 마치고 운동을 별로 못한 상태라 한 컨디션은 한 70% 정도다. 앞으로 더 운동을 많이 해서 빨리 팀에 녹아들어가면 내 장점인 힘있는 수비력을 잘 보여줄 수 있을 것 같다"고 데뷔전 소감을 밝혔다.
그러면서 박정현은 은근히 승부욕을 불태우기도 했다. 1년 먼저 프로에 데뷔한 KT 박준영을 제대로 막지 못한 것을 자책했다. 박준형이 학교를 1년 더 다닌 탓에 프로 데뷔 시기 차이가 났지만, 친구 사이인 박준영이 자기 앞에서 3점슛을 성공한 장면이 충격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박준형은 "첫 경기라 긴장한 것도 있지만, 초반에 준영이에게 3점을 맞고나니까 '멘붕'이 살짝 왔었다. 비록 오늘은 못 막았지만 다음 매치업 때는 뒤지고 싶지 않다"는 의욕을 내보였다.
이런 박정현에 대해 현 감독이나 선수들은 위로와 격려를 함께 보냈다. 현 감독은 "아침에 연습하고 첫 경기를 했다. 장차 중요한 역할을 해줄 선수이기 때문에 적응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했다. 팀 선배인 정희재 역시 "엄청 긴장해서 입술이 말라 있더라. 나도 겪어봤던 일이다. 기본적인 수비와 리바운드부터 잘 해나가면 자신감을 찾게 될 것이다. 기죽지 말라고 해주고 싶다"고 격려했다. 박준형이 팀의 기대와 자신의 다짐만큼 잘 성장할 수 있을 지 주목된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