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올 시즌 K리그 최고의 히트상품 중 하나는 '병수볼'이다.
김병수 감독식 전술 게임을 지칭하는 '병수볼'은 점유율과 빌드업을 통한 세밀한 공격축구를 강조한다. 김 감독은 K리그에서 좀처럼 볼 수 없는 세밀하고 과감한 전술로 호평을 받았다. 강원은 시즌 초반 김 감독식 전술에 적응하지 못하며 고전했지만, 적응을 마친 중반부터 엄청난 위력을 발휘하며 K리그의 주역으로 떠올랐다. 개막 전만 하더라도 주목받지 못하던 강원은 상위 스플릿까지 진출하는 쾌거를 이뤘다.
김 감독은 여기서 만족하지 않았다. 일찌감치 '병수볼 시즌2' 준비에 들어갔다. 김 감독은 "파이널 라운드에 돌입하며 이미 내년 시즌 준비를 시작했다"고 했다. 아직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진출 가능성이 남아있지만, 당장의 성적보다는 미래에 집중하고 있다. 지난 3일 포항과의 경기에서는 올 시즌 단 한차례도 쓰지 않던 4-4-2 카드를 꺼냈다. 변형과 포지션 파괴가 자유로운 4-3-3이 아닌 미드필드를 플랫으로 쓴 정통 4-4-2였다. 김 감독은 "머릿속에 이런 저런 아이디어가 있다. 여기서 용기를 내지 않으면 계속해서 실험을 하지 못할 것 같았다"고 설명했다.
사실 높은 평가를 받았지만, 쉽지 않은 시즌이었다. 올 시즌은 김 감독이 프로 데뷔 후 처음으로 보내는 풀 시즌이었다. 2017년 서울 이랜드를 통해 K리그 감독이 됐지만, 10개월만에 중도하차 했다. 2018년 8월 시즌 도중 강원의 지휘봉을 잡은 김 감독은 올 시즌 비로소 온전한 시즌을 보냈다. 김 감독은 "처음 풀 시즌을 보내면서 많은 것을 배우고 느꼈다"고 술회했다. 가장 큰 소득은 역시 자신의 축구가 프로에서도 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었다. 김 감독은 "한국에서 감독이 철학대로 하기는 아무래도 힘들 수 밖에 없다. 한 시즌을 온전히 보내며 내 축구에 대한 자신감도 생겼다"고 했다.
일단 아직 100%가 아닌만큼, 다음 시즌의 핵심은 '병수볼'의 완성도를 극대화시키는 것이다. 김 감독은 "잘하던 것을 더 잘할 수 있도록 집중할 계획"이라고 했다. 포인트는 역시 선수단 업그레이드다. 결국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선수들 개개인의 수준이 높아져야 한다. 김 감독이 이끌던 영남대 출신 제자들을 중심으로 여러 선수들의 이름이 벌써부터 오르내리고 있다. 문제는 돈이다. 김 감독은 "결국 예산이 얼마나 지원이 되느냐 인데, 그것에 맞춰서 하는 것도 감독의 몫"이라고 했다. 다행히 올 시즌을 치르면서 선수단 풀이 넓어졌다. 부상자가 속출하며 젊은 선수들에게 기회가 갔고, 이것이 오히려 선수단 폭을 넓히는 계기가 됐다.
약점인 수비는 가장 먼저 손을 댈 부분이다. 김 감독은 "올 시즌은 공격작업 쪽에 많은 공을 들였다. 다음 시즌은 수비 전술을 가다듬을 생각"이라고 했다. 수비에 집중하다, 자칫 올 시즌 좋았던 공격쪽 밸런스가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을 수 있지만 김 감독은 "잘 해야죠"라는 무뚝뚝하지만 자신감 있는 대답을 내놨다. 올 시즌 많은 팬들을 즐겁게 한 '병수볼'은 과연 다음 시즌 어떤 모습을 보일까.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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