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하메드빈자예드스타디움(아부다비)=스포츠조선닷컴 이 건 기자] 6경기 만에 모처럼 선발 출전 기회를 얻었지만, 하필 상대는 '세계 최강'이었다. 한국 축구대표팀 벤투호의 수문장으로 나선 조현우(대구FC)가 온몸을 날렸지만, 3골을 허용하며 고개를 숙였다.
조현우는 19일 10시30분(한국시각)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 모하메드 빈 자예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브라질과의 친선경기에 선발 골키퍼로 나왔다. 이날 벤투 감독은 최전방에 황의조를 앞세운 4-2-3-1 전술을 가동했다. 손흥민-이재성-황희찬이 공격 2선에 포진했고, 주세종과 정우영이 수비형 미드필더로 나섰다. 포백 수비라인은 김진수와 김민재 김영권 김문환이 늘어섰다.
조현우는 지난 6월 이란과의 평가전 이후 5개월 만에 선발 골키퍼로 나섰다. A매치 6경기 만의 선발 출장이었다. 조현우는 K리그1을 대표하는 명 골키퍼다. '2019년 하나원큐 K리그1 대상'에서 베스트 11 골키퍼 부문 후보로도 이름을 올려놨다.
하지만 벤투호 체제에서는 김승규(울산 현대)에게 주전 경쟁에서 약간 밀려나 있다. 벤투 감독은 김승규와 조현우를 경쟁시키다 중요한 경기에서는 주로 김승규에게 골문을 맡기고 있다. 김승규는 지난 1월 아시안컵 이후 주전 경쟁에서 우위를 점했다. 최근 A매치 5경기 연속 무실점으로 벤투 감독의 기대에 부흥했다.
하지만 벤투 감독은 이날 브라질전에서는 조현우에게 기회를 줬다. 친선경기라는 점을 감안해 그간 출전 기회가 적었던 조현우를 호출한 것으로 분석된다. 어쩌면 조현우에게는 다시금 주전 경쟁의 구도를 바꿔놓을 수 있는 찬스였다.
그러나 워낙 상대가 강했다. 조현우도 이날 날렵한 움직임을 보여줬지만, 브라질의 공세를 막기 어려웠다. 결국 3골이나 허용했다. 전반에만 2골이었다. 전반 16분 파케타의 다이빙 헤더, 전반 36분 쿠티뉴의 프리킥 그리고 후반 15분 다닐루의 오른발 강슛이 모두 골망을 뒤흔들었다.
조현우를 탓할 수 없는 장면들이다. 사력을 다해도 막기 어려운 골들이었다. 전반 16분 선취골은 헤낭 로지의 낮고 빠른 크로스를 파케타가 순간적으로 쇄도해 다이빙 하며 골문으로 우겨 넣었다. 조현우 보다는 수비진이 브라질 선수들을 놓친 점을 지적해야 한다. 전반 36분 쿠티뉴의 프리킥 골은 더 말할 것 없다. 마치 게임에서 나오는 듯한 예술적인 골이었다. 이른바 '쿠티뉴 존'에서 오른발로 감아찬 공은 수비벽을 살짝 넘어 골문 왼쪽 상단으로 파고 들었다. 완벽에 가까운 스피드와 회전, 그리고 높이였다. 조현우가 방향을 예측하고 몸을 날렸지만, 막을 수 없었다. 어떤 골키퍼가 와도 막기 어려운 골이었다.
후반 세 번째 골도 마찬가지였다. 다닐루가 순간적으로 페널티 지역 오른쪽에서 발생한 빈 공간으로 강력한 슛을 날렸다. 조현우가 반사적으로 손을 뻗었지만, 워낙 강한 슛이라 손을 맞고도 골이 됐다. 이 또한 조현우를 탓할 수 없는 장면이다.
결과적으로 조현우는 자신이 가진 기량을 유감없이 발휘했지만, 최악의 결과를 내고야 말았다. '불운'이라는 단어만이 이날 조현우의 경기를 표현할 수 있을 듯 하다.